법원 "동의 없는 성관계=학교폭력"…남고생, 행정소송 '패소'

기사등록 2022/11/17 15:28:48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여중생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진 남고생이 학교폭력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교육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지법 행정1-3부(부장판사 고승일)는 고등학생 A군이 인천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군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소송비용을 A군이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군은 지난해 10월21일 공동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로부터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따라 출석정지 5일, 특별교육 학생 10시간 및 보호자 5시간 조치를 받았다.

앞서 같은해 7월28일 A군은 여중생 B양과 성관계를 했다. 이후 한달여 지난 9월10일 B양은 재학 중이던 중학교에 A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A군과 B양이 다니던 각 학교의 관할 교육지원청은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들 심의위원회는 성관계가 이뤄진 다음날 A군과 B양이 나눈 SNS 대화를 토대로 "B양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져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군은 "B양의 동의를 받고 성관계했다"면서 "B양을 폭행·협박해 강간한 사실이 없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으니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군은 또 "자신도 성적으로 미숙한 미성년자였기에 일방적이고 고의적으로 B양을 강간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형사처벌과는 그 목적과 성격을 달리한다"면서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신체·정신 등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면 '학교폭력'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성관계 이후 자연스러운 SNS 대화 과정에서 당시 B양의 동의가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됐다"며 "피해학생이 성관계를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했음을 인정할만한 다른 정황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학교폭력의 한 유형인 성폭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비교적 광범위한 재량이 허용돼야 한다"면서 "A군에게 내려진 처분 조치는 심의위원들이 반성 정도, 화해 정도, 고의성, 심각성 등에 점수를 매긴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군은 청소년이 책임지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육체적 관계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다 성관계에 이르렀고,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며 "A군에 대한 교육과 선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B양과의 합의 과정 등도 처분 필요성을 크게 경감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앞서 A군은 이번 행정소송 제기에 앞서 올해 1월11일 인천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 4월1일 기각됐다.

한편 A군이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징계 처분 외 형사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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