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사람…" 불타는 차량 유리창 부수고 운전자 구한 시민들

기사등록 2022/11/15 20:39:10 최종수정 2022/11/16 10:43:03

"아버지뻘 되는 분…죽어가는 사람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5일 오전 1시 27분께 동구 소태동 22번 국도 내 소태고가교 진입로 주변에서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불타는 차량에 갇힌 A(64·사진 중앙)씨가 시민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사진 = 광주경찰청 제공) 2022.1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유리창 깰 만한 거!"

15일 오전 1시27분 광주 동구 소태동 22번 국도 소태고가교 주변.

중앙분리대 화단을 들이받고 멈춰선 검정색 차량 하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던 신유익(26)씨가 남자친구와 타고 있던 차를 멈춰 세웠다.

앞서 현장에 도착해있던 시민들에게 자초지종을 묻는 순간 연기는 새빨간 화염으로 돌변했다.

불이 사고 차량 하부에서 번지기 시작하자 이를 바라보던 한 시민이 다급하게 차량으로 달려갔다.

굳게 잠긴 문의 유리창 너머로 운전자 A(64)씨가 보였지만 의식을 잃었는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내 근처 수풀로 달려간 그는 돌덩이를 주워와 차량을 향해 던졌다. 뒷좌석 유리창을 깨고 손을 넣었지만 운전석 문 손잡이까지 닿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본 신씨의 남자친구 B씨는 사고 차량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직감, "안에 사람 있어! 유리창 깰 만한 거"라고 소리치면서 도구를 찾았다.

B씨는 타고 온 차량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를 꺼내들어 먼저 구조를 시도하던 시민에게 건넸다.



운전석을 향해 수어번 방망이가 휘둘러졌지만 유리창은 견고했다.

그사이 거세진 불길은 차량 후면부 대부분을 휘감은 채 구조에 나선 이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A씨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한 탓에 차량이 과열되면서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

방망이가 유리창을 부수는 소리가 이어지자 차량 안에서 A씨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듯한 A씨가 차량 문을 직접 열어 젖혔다.

"빨리 나와요 빨리!" "차 터져!"

다급한 목소리가 다가오는 소방 차량의 사이렌 소리와 뒤엉킨 순간 A씨가 B씨의 손을 잡고 차량에서 탈출했다.

A씨가 탈출한 직후 차량 전체는 새빨간 화염에 휩싸였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 당국이 급히 불을 끄면서 차량 화재는 10분 만에 진압됐다.

구조를 도운 신씨는 "큰 도로에서 난 사고라 차량이 빠른 속도로 많이 지나다녔지만 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뻘 되는 분이 사고를 당해 더욱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고 들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에 의해 구조된 A씨는 양 손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사고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A씨를 구한 시민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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