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대구은행에 구상금 지급하라"

기사등록 2022/11/10 19:20:18
[대구=뉴시스]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사진=뉴시스DB) 2018.07.11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대구은행이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에 대해 법원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7민사단독(부장판사 천종호)은 10일 원고 대구은행이 피고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에서 "지연이자 625만여원을 포함한 8억432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피고 박 전 대구은행장은 ▲구상금채권 부존재 ▲환전수수료 및 횡령죄 무죄부분 인정상여 제외 ▲수성구청에 지급한 2억 원 상계 ▲변제공탁금 상계 ▲공평 내지 신의칙 위반 등을 이유로 구상금채권은 발생하지 않거나 인정상여 금액에서 공제 또는 감액,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은행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후 환전소를 통해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법으로 은행장 판공비 등으로 사용할 현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서실 및 사회공헌부 등을 동원해 32억122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후 그 중 20억 1620만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현금 비자금과 상품권을 업무상 보관하던 박 전 은행장은 개인물품 구매, 개인 경조사비 등에 임의로 6602만여원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형사판결을 근거로 상품권 구입금액 중 일부 무죄 선고 부분을 제외한 31억8398만여원이 사외로 유출돼 귀속이 불분명하다고 봤다. 이에 대구은행의 대표자였던 박 전 은행장에 대한 상여(인정상여)로 소득처분한 다음 대구은행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13억1644만여원을 납부할 것을 통지했다.

대구은행은 원천징수의무자로서 박 전 은행장을 대신해 금액을 납부했다. 대구은행은 박 전 은행장을 대신해 납부한 소득세 등에 관한 구상금채권과 박 전 은행장의 대구은행에 대한 퇴직급여채권 및 이연성과금 채권을 상계 및 공제했고 박 전 은행장 배우자로부터 1억3000만원을 대위변제받았다.

구상금채권 13억1644만여원 중 퇴직급여채권, 이영성과금 등을 상계 및 공제한 잔액은 8억3698만여원이다. 상계는 채무자의 일방적 의사 표시로 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환전수수료는 피고인 박인규의 불법적인 처분행위로 인해 원고 이외의 자에게로 유출된 것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은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귀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대구은행은 수성구청에 대해 대구은행의 임직원들이 펀드 투자와 관련해 입힌 손해와 관련해 사용자로서 배상할 채무를 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 박인규가 대구은행을 위해 9600여만원을 공탁한 사실은 형사사건에 대한 합의금 명목이지 구상금 채무의 변제를 위해 공탁된 것이 아니므로 변제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구상금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거나, 대구은행의 구상범위를 대폭 감액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공평부담의 원칙에 합치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구상금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