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역사 이렇게 변했다…'소방의 날' 기록물 31건 공개

기사등록 2022/11/08 12:00:00

이태원 참사에 올해 기념식 취소…"사고수습 집중"

[서울=뉴시스] 1971년 성탄절에 당시 초고층 빌딩이었던 22층짜리 서울 대연각호텔에서 화재가 난 모습. (자료= 뉴시스 DB)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1953년 1월, 6.25 전쟁 피난민이 몰려있던 부산 국제시장에서 큰 불이 나 건물 4260채를 잿더미로 만들고 이재민 3만여명을 발생시켰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화재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같은 해 11월 부산 중구의 피난민 판자촌에서도 큰 불이 나 수 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1971년 12월25일 성탄절에는 당시 초고층 빌딩이었던 22층짜리 서울 대연각호텔에서 프로판가스가 폭발해 화재가 났다. 대통령 전용 헬기까지 동원해 구조 작업을 펼쳤지만 200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불상사를 피하진 못했다. 당시 이 호텔에는 스프링클러나 탈출용 밧줄 등 소방시설이 없어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 화재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 내 소방설비 진단·점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제도가 잇따라 마련됐다.

정부의 화재 예방 활동도 이 때부터 본격화됐다. 등산객에게 산불 조심 리본을 달아주거나 휴대용 재떨이를 나눠줬다. 불조심 공익광고를 TV를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불조심 특별우표가 발행된 것도 이 시기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오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 관련 기록물을 홈페이지(www.pa.go.kr)을 통해 공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하는 기록물은 소방 업무의 체계와 변화를 볼 수 있는 31점이다.

법체제 마련과 정비, 소방제도 개선 및 역량 강화, 소방의 날 행사 등 3개 주제로 나눠 공개한다.

우리나라 초기 소방체계는 ▲소방관복제(법제처, 1949) ▲서울시내 소방서 명칭 개정의 건(1949) ▲소방서 직제(1952) ▲소방법(법제처, 1958)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소방관복제는 이승만 대통령이 재가한 대통령기록물로서 소방복 상·하의, 모자, 외투, 작업복, 방화용 방수복·모자 등의 지질과 제식 및 휘장 등을 상세하게 규정했다. 그림을 첨부해 초기 복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체계의 근간인 소방법은 민의원에 제출했던 초안을 비롯해 수정안, 국회 제출 최종안, 심의경과표가 포함돼 있다. 특히 심의경과표에는 '현재 소방에 관한 체계적인 법규가 없어 화재의 예방, 경계, 진압과 수재의 경계, 방어 등에 관한 업무에 지장이 막대하다'고 하거나 '초안은 47조로 구성되었으나 조정할 점이 많아 84조로 늘어났고(중략)' 등의 설명이 기재돼 법 제정 취지와 변경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대연각호텔 화재를 계기로 소방 실태 점검 등 대통령에게 보고한 보고서들도 눈길을 끈다.

'소방대책 계획보고'(1971)는 대연각호텔 화재 후 작성된 보고서로 내무부의 화재예방 대책이 첨부돼 있다. 전국 4층 이상 건물 3406개소와 50명 이상 취업 또는 수용자소 1만2015개소를 대상으로 구조설비와 피난·전기시설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진단과 시설 촉진계획이 담겼다.

이듬해 3월에는 소방제도의 불합리와 미비사항을 보강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 국(局) 수준의 소방담당관 신설, 유급소방대원 1827명 정규 공무원으로 임용, 경찰국의 소방사무 이양, 50명 이상 수용하는 4층 이상의 건물 안전규제 등 소방체계 전반에 걸친 40여 개의 세부 개선사항을 담은 '소방제도 개선방안 보고'(1972)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또 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10층 이상 고층 건물에서의 식품 영업을 불허하면서 재산상 손해와 외화획득에 차질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관광호텔에 한해 건축법 및 소방법에 의해 소방시설이 완비된 업소에 다시 허가하는 내용의 '소방제도개선을 위한 조치중 일부 개정'(1972)을 추진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 명의로 '솔'담배를 별도 제조해 소방관 7만1841명에게 1갑씩을 전달한 계획서(경찰 및 소방의날 기념 하사연초 제조, 1982)와 1999년 처음으로 중앙 단위 기념행사로 통합·거행했던 제37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동영상(1999) 등 역대 정부의 소방의 날 행사 기록을 볼 수 있다.

올해 제60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은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의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취소했다.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 업무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의성 있는 기록물 발굴과 서비스 공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소방법(대통령비서실, 1958·왼쪽)과 소방대책 계획보고(대통령비서실, 1971·오른쪽). (자료= 대통령기록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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