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에 고립된지 221시간에 생환
건강한 상태로 걸어서 갱도 벗어나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
갱도에 고립된지 221시간 만이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 3분께 조장 박모(62)씨와 보조작업자 박모(56)씨가 건강한 상태로 갱도 밖을 걸어서 탈출했다.
이들이 갱도에 갇히게 된 것은 10일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 6시.
갱도에 들어갔던 감독관이 작업에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4분 뒤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뻘(샌드) 900여t(업체측 추산)이 30여 분 동안 쏟아지면서 수직 갱도가 막혔다.
사고 직전 수직갱도에서는 총 7명이 작업 중이었다.
작업자 2명은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 중 이상 징후를 느껴 탈출했다.
또다른 3명은 갱도에 갇혔지만 업체의 자체 구조로 당일 오후 11시께 빠져나왔다.
하지만 박 조장과 보조작업자 박씨는 지하 170m 지점 제1 수직갱도에 갇히면서 외부와 연락이 끊겼다.
당시 박 조장은 뻘이 쏟아지는 지점으로부터 70m 안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는 매몰된 작업자들을 자체 구조하려다 실패하자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27일 오전 8시 34분께 소방서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 당국은 갱도에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천공기 총 11대를 투입해 시추작업을 진행해 왔다.
내시경 카메라 및 유선 통신망도 투입해 매몰자와 교신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이날 오전 관통된 13호공도 오후부터 매몰자와 교신 작업에 돌입했다.
제2 수직갱도 3편에서는 작업자들을 구조하기 위한 진입로 확보작업이 힘겹게 전개됐다.
4개조 28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는 매몰 사고 발생 10일째인 이날 오후 3시까지 갱도 진입로 271m를 확보했다.
갱도 내에서 진입로를 뚫는 작업에 난관도 많았다.
제2 수직갱구 3편 입구부터 막혀 있는 지점까지 총길이는 265m로 추산됐다.
입구부터 45m 지점에 공차 대기 공간이 있고, 이 곳부터 100m를 지나면 상단갱도와 하단갱도를 연결하는 갈래길(램프 웨이)이 있다.
구조 당국은 하단갱도가 구조 예상 지점과 가깝다고 판단, 이 곳을 뚫는 작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80~100㎝ 크기의 암석으로 꽉 막혀 있어 결국 작업 중단 조치를 내렸다.
다행스럽게 인근에서 우연히 상단 갱도가 발견되면서 다시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5년전 붕괴사고로 폐쇄한 상단 갱도는 막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조대가 걸어서 들어갈 만큼 상태가 좋고, 광차가 운행할 수 있는 레일까지 깔려 있었다.
이 곳에서의 작업을 통해 이날 오후까지 고립자 2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까지 남은 거리는 24m로 줄었다.
지난 3일 오후까지 3·4·6호공이 관통되면서 이들 시추공을 통해 기초의약품(식용포도당, 종합 진통해열제, 보온덮개)과 조명등, 사고자 가족들의 손편지를 갱도에 내려보냈다.
또 내시경 카메라 및 유선 통신망을 투입해 매몰자와 교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고립자들의 반응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사고자 가족들은 갱도에 고립된 박 조장 등이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박 조장 등은 사고 지점에서 70여m 떨어진 지점에 있어서 쏟아지는 흙더미에 매몰됐을 확률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박 조장이 이 광산에서 근무한지 5년됐고, 다른 광산에서 근무기간까지 합하면 25년 가까운 광산 베테랑이란 점도 가족들이 고립자들의 생존을 믿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박 조장은 광산생활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고, 사고가 발생한 광산의 지하 갱도 상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지난 8월 29일 이 광산에서 발생한 갱도 붕괴사고 때도 박 조장은 직접 구조활동을 펼쳤다.
그래서인지 이번 매몰사고 때도 박 조장은 기지를 발휘해 생존 확률을 높였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방구조대원과 광산구조대원이 최초 작업지점 인근에서 수색작업을 통해 이들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현재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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