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이행강제금 121건 부과…2억9000만원
해밀톤호텔 9년 간 5억원 내고 '배짱영업' 지속
이행강제금 효과 논란…정부, 실효성 방안 검토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무단 증축 등 법을 위반한 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이 건당 평균 200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마다 무단 증축을 한 불법 건축물이 수두룩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솜방망이 처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용산구에 따르면 용산구 내 불법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지난 2020년 기준 모두 121건으로 금액은 2억9034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건당 평균 239만9500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행강제금은 위반행위 적발 시 관할 구청의 시정명령 등을 거쳐 부과된다.
하지만 이행강제금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불법 건축물들이 과태료를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는 것보다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김태수 시의원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 일대에 위치한 해밀톤호텔의 경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간 무단 증축 등 7건의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됐지만 매년 평균 5600만원 가량, 모두 5억553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배짱 영업'을 지속해왔다.
김 시의원은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현재의 행정조치가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서울시가 자치구와 협력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 일대에는 해밀톤호텔을 비롯한 건축물 17곳 중 8곳이 무단 증축 등 위반건축물로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건축물도 이행강제금을 내고 별다른 시정조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구청에서는 이행강제금 부과 말고는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도적으로 강제 철거까지 나서기 어려운 데다,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어 일일이 단속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적발되면 불법 시설물을 치웠다가 다시 설치를 반복하는 등 꼼수를 쓰는 건물주들도 많다.
정부는 불법 건축물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이후 "건물주들이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불법 건축물을 운영해왔다"며 "이행강제금의 실효성을 좀 더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홍대입구와 강남역, 신촌, 건대입구 등 과밀지역에 대한 현장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건축물을 점검할 방침이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 보행자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 시설물에 대해서는 즉시 정비해 도로 폭을 넓히도록 하고, 자진 철거 등 시정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뿐 아니라 고발 등 강도높은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상가 밀집지역에서 보행자 통행을 어렵게 하는 불법 증축물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저층부에 무단 증축한 사례에 대해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제대로 조치되지 않으면 고발 조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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