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 '무더기 시위성' 비행…전면전 과시 노려

기사등록 2022/11/04 18:04:11 최종수정 2022/11/04 18:06:23

240여 대 참여하는 '비질런트 스톰'에 보란듯

공군 열세에도 위협비행…'주도권 과시' 전력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진행 중인 4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이륙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번 훈련은 오늘 종료 예정이었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한미 국방 당국은 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2022.11.04.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 군용기가 무더기로 빠르게 남하하는 행적이 포착돼 우리 군이 즉각 조치에 나섰다.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 삼아 시위성 비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북한 군용기 180여개의 비행항적을 식별했다. 한 대가 이·착륙을 반복하며 여러 개의 항적을 남길 수 있어 몇 대인지는 분석 중이다.

이들 북한 군용기는 전술조치선(TAL)을 넘어 남하하지는 않은 채 내륙과 동·서해상 등 다수지역에서 활동했다.

전술조치선은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선으로 군사분계선(휴전선) 북쪽 20~50㎞에 설정돼 있다.

TAL보다 북쪽으로 수십㎞ 떨어져 있는 특별감시선 내에는 일부 항적이 포착되기는 했으나 이는 애초 특별감시선 남쪽에 위치한 비행장에서 이륙한 항적으로 파악됐다.

특별 감시선은 적기가 출격해 10분이면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상황을 고려해 우리 군이 빨리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선이다.

북한은 미그와 수호이 계열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도 비행에 동원했으며 폭격기에서 일부 공대지 사격 활동이 포착됐다고 군은 전했다.

우리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80여 대를 포함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켰고 후속지원 전력과 방공 전력을 통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했다.

또한 비질런트 스톰 참가 전력도 계획한 훈련을 시행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했다.

비질런트 스톰은 우리 공군의 F-35A, F-15K, (K)F-16, KC-330 등 140여 대의 항공전력과 미군의 F-35B, EA-18, U-2, KC-135 등 총 240여 대의 대규모 전력이 참여해 실전과 같은 공중전투훈련을 진행하는 훈련이다. 호주 공군도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동참해 KC-30A 공중급유기 1대를 투입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군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6일 특별감시선 남쪽으로 내려와 황해도 곡산 일대에서 황주 쪽으로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로 위협 비행을 하면서 공대지 사격을 벌인 바 있다.

이틀 뒤 8일에는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벌였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수의 군용기만 날았고 일부 추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에는 군용기 10여대로 전술조치선 이남까지 내려와 강도 높은 시위성 비행을 벌였다.

공중 전력에 관한한 한미는 북한을 압도한다. 북한의 비행 기종은 러시아제 IL-28 폭격기, 수호이-25, 미그-21기 등으로 대부분 노후화 된 것이다.

우리 공군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까지 운용하고 있다.

또 북한은 기름이 부족해 전투기 띄우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북한이 이처럼 무모한 도발에 나선 것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강대강 맞대응 전략과 함께 모든 전력을 다 동원해 한미와 전면전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오래된 군용기까지 다 동원해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북한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은 "북한은 전날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며 "어떻게 해서든 긴장국면을 끌어올리며 주도권을 뺏어오겠다는 다급함이 읽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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