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청장 "현장의 대응 미흡했다고 판단" 사과
작년 11월 '층간소음 흉기 사건'때도 대국민 사과
현장 대응 강화 약속했지만…참사 부실 대응 속속
경찰, '이태원 참사' 감찰팀과 특수본 꾸려 수사 시작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지만, 부실 대응 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의 치안 실책 관련 대국민 사과가 1년 새 두 차례나 나오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고 발생 이전부터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의 신고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윤 청장은 "112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장이 부실 대응 논란으로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은 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15일 인천 논현경찰서 소속 지구대 경찰관들이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현장에 출동하고도 현장을 이탈해 피해자를 지키지 못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가족들은 흉기에 찔리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인데도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사건 이후 경찰은 현장 도착시간을 단축하는 등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경찰의 현장 대응 부실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음에도 7건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기동대 등 추가 병력 요청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관한 경찰서장은 현장에 50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1시간21분 뒤, 윤 청장은 2시간 뒤인 다음 날 00시14분이 돼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실보다 참사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셈이다. 지휘부 보고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뒷북 대응이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뼈를 깎는 각오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내부 감찰과 조사를 공언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업무를 수행하던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지휘자였던 이 전 서장에 대해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8곳을 상대로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며,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포함해 현장 경찰관, 주변 상인과 목격자 등 총 85명을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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