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마트빌리지 카페 가니 로봇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네

기사등록 2022/11/04 09:48:57 최종수정 2022/11/04 09:56:44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56세대

주택·커뮤니티 센터·체육센터…AI 등 미래기술 접합

근력기구 힘껏 당기지 않으니 모니터에 'BAD' 표시

"미래 인류의 삶 연구" 46개국 관료 전문가들 견학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입구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 2022.11.04. eastsky@newsis.com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부산 강서구 세물머리 삼각지에 위치한 '에코델타시티(EDC) 스마트빌리지'. 이곳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K-water)가 손잡고 각종 미래 혁신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준공한 전국 최초의 공공 스마트 마을이자 미래 주거의 선도모델이 될 EDC 스마트시티의 첫 입주단지이다. 약 2만1000㎡ 면적에 총 56세대의 스마트 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면적 52~93㎡, 125~155㎡인 2층형이 19세대, 3층형이 37세대다. 이곳에는 현재 20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준공 1년째를 앞두고 기자가 스마트빌리지 사업 시행사인 케이워터 직원 3명과 동행해 이곳을 방문했다. 스마트 빌리지 주택을 비롯해 로봇 카페, AI 체육센터, 웰니스센터 등 커뮤니티 센터 내 시설을 둘러보며 직접 체험해보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로봇·AI...미래 기술 '스마트 커뮤니티 센터'에 모이다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스마트빌리지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청소로봇. 2022.11.04. eastsky@newsis.com

스마트빌리지에 들어선 후 처음 방문한 곳은 로봇 카페와 AI 체육시설, 웰니스센터 등이 들어선 스마트 커뮤니티 센터.
 
센터 입구 옆 주차장에 청소 로봇이 보인다. 케이워터 직원이 리모컨으로 직접 전원을 켜자 청소 로봇이 도로의 가장자리로 나와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도로와 보행로 사이 경계석에 다다르자 로봇 하단부에서 회전 중인 원형 솔이 올라간다. 기자가 직접 로봇 앞으로 다가가자 바로 멈추기도 했다. 마치 주거 공간에서 흔히 보는 로봇 청소기가 마을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김윤하 케이워터 기술차장은 "앞으로 청소만 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상단부에 설치된 5세대 이동통신(5G) 수신 안테나와 4K(4000픽셀 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순찰하며 유사시 외부에 알리는 기능까지 더하려 한다"라면서 "아직은 프로토(초기)타입으로 제작돼 노면이 젖었을 때 운행하지 못하는 등 제약은 있지만 계속해서 고도화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스마트빌리지 커뮤니티 센터 내 로봇 카페에서 운영 중인 로봇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조해 가져다주고 있다. 2022.11.04. eastsky@newsis.com

청소로봇을 뒤로 하고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갔다. 센터 입구 우측에는 스마트 카페가 마련됐다. 로봇 팔이 커피를 직접 만들어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곳이다. 기자가 직접 키오스크를 통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더니 1분 만에 커피가 뚝딱 나온다. 여느 카페에서 만들어진 커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이다.
 
2층 AI 체육센터에 들어서니 렛 풀 다운(Let Pull Down), 레그 프레스(Leg Press) 등 10여개의 운동기구와 함께 각 기구마다 설치된 10인치의 모니터가 눈에 띈다. 입주민들에게 부여된 4자리의 고유코드를 기입하면 저장된 현재 몸상태와 함께 앞으로 어떤 운동을 해야 할 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케이워터 직원이 렛 풀 다운에 달린 바(bar)를 잡고 가슴으로 당기자 모니터에서 1회씩 기록된다. 일정 길이 이상 잡아당기지 않았더니 모니터에는 'BAD'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체육시설과 마주한 공간에 마련된 웰니스센터에는 항시 상주하는 간호사와 함께 각종 원격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 있는 간호사는 스마트 빌리지 내 입주민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측정한 데이터를 관리하며 고신대 병원에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입주민들은 센터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멀리 병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말하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버리면 '돈'주는 분리수거함에 첨단 기술 집약한 주택까지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스마트빌리지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분리수거함. 2022.11.04. eastsky@newsis.com

주택을 둘러보면 가로 약 2m에 세로 약 1m의 스마트 분리수거함을 만나볼 수 있다. 케이워터 직원이 분리수거함에 다가가 화면에 고유 코드를 입력한 후 페트병을 넣어야 할 공간에 플라스틱 재질의 안경케이스를 넣어봤다. 그러자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웨이스트 테크(waste tech) 스타트업 수퍼빈이 제작한 이 스마트 분리수거함은 페트병만 인식해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갖췄다. 비닐 라벨이 붙어 있어도 수거되지 않는다. 페트병을 하나씩 버릴 때마다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10포인트가 입주민 계정에 적립된다. 1포인트는 1원에 해당한다. 2000포인트 이상 채우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왼쪽부터) 스마트빌리지 3층형 주택 내부 거실, 스마트거울. 2022.11.04. eastsky@newsis.com

도로를 따라 걷다가 3층짜리 스마트빌리지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섰다. 겉보기엔 한적한 마을에서 볼 법한 단독주택 같은 인상이다. 내부 곳곳을 살펴보면 미래 주택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방 옆에 설치된 스마트 거울에 손을 갖다 되면 거울은 모니터로 변한다. 모니터에는 개인별로 착용한 스마트 밴드를 통해 공유된 현재 자신의 키와 체중, 허리둘레, 체온, 활동량, 식전혈당, 혈압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 기능을 갖춰 실시간 뉴스와 생활 정보도 함께 볼 수도 있다.
 
방안 곳곳 스위치에도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돼 있다.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현대인에겐 안성맞춤이다. 침대에 누운 채 조명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곳곳에는 노르스름한 천연잔디가 심어진 테라스가 자리 잡고 있다. 미취학 아동이 부모와 간단하게 공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면적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화분을 놔두거나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완구차를 둔 집들도 보였다.
 
◇스마트빌리지 입주민 "자부심 느낀다"

1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와 면접을 거쳐 입주한 사람들은 이곳에 사는 주민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주민들은 입주 후 5년간 미래 주거공간에서 살아가면서 첨단 기술을 체험한다. 그들은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주민이면서도 미래 도시에 대해 고민하며 시행사인 케이워터에 개선사항을 제안하기도 한다. 스마트 빌리지가 리빙랩(Living Lab)으로 지칭되는 이유다.
 
2층형 주택에 거주하는 50대 윤모 씨는 "전국에서 최초로 조성된 미래형 주거단지에서 직접 실증에 참여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미래의 스마트 마을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도 스마트빌리지 속 다양한 기술들을 접하고자 이곳을 찾는다. 김도균 케이워터 부장은 "현재까지 46개국의 관료와 전문가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스마트빌리지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EDC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미래기술혁신과 스마트시티팀 관계자는 "다음해 상반기 중 LG CNS 컨소시엄, 케이워터, 부산도시공사와 함께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해 5년간 단지를 구축한 후 10년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스마트빌리지에 적용된 기술로부터 축적되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범도시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빌리지는 입주민들과 미래 혁신기술을 도입한 기업 간 소통이 핵심이다. 입주민들의 요구로 마을 곳곳에 마련된 기술들이 시시각각 변한다. 수퍼빈 김정빈 대표는 "입주민들이 스마트 분리수거함을 사용하면서 즉각적으로 도출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빨리 마련할 수 있었다"라면서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빌리지 속에서 단순히 미래의 거주 공간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기후 위기 등 앞으로 닥칠 미래 인류의 삶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스마트 빌리지가 미래 주거 공간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