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태원 대규모 인파 예견하고도 사전 대책 수립 못해"
"현장 배치 경찰 범죄예방 임무 집중…사고로 이어져"
전문가 "과밀 행사 사전 관심 필요…과거 사례 교훈 얻어야"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당국의 군중 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방탄소년단(BTS) 공연 사례에 견줬을 때에도 못 미쳤다는 외신의 비판 보도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BTS의 콘서트 당시 배치된 경찰 인력과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배치됐던 경찰 수를 비교 보도했다.
NYT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5만5000명의 관중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었을 때도 130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면서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로 떠들썩 했을 이번 핼러윈 행사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137명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배치된 경찰 중 대부분은 성희롱과 절도, 마약복용 등에 대한 범죄 예방 지시를 받았다"며 "(당국의) 이런 결정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분명했다. 서울 중심부에 사람이 몰리는 이태원의 좁은 길에서 150명 넘는 사람들이 숨지게됐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 경찰 배치의 주요 목적은 군중들에 대한 통제가 아닌 병행적 업무(parallel job)였다"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팝 공연과 거리 행사에서의 군중 통제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인파가 예상될 경우 사전 계획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NYT는 "이태원의 핼러윈 파티가 콘서트나 집회와는 다르고, 한국에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규정이 없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인파가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참사 당일 많은 수의 경찰 인력이 광화문 집회 현장에 배치된 것을 거론하며 "한국은 정치 집회가 열릴 때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군중 통제를 위해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설명과 달리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론도 제기했다.
NYT는 "정부 관리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입을 다문채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의 원인으로 군중을 감시하지 않은 당국의 책임을 거론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스스로도 (인파)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핼러윈 때) 군중이 모일 것이란 점은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태원 일대를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는 '시민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군중 통제 전문가들은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위험한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한 재난 전문가는 "이태원의 지형이 이 동네 군중 문제를 취약하게 만든다"며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지역은 도시계획이 없던 시절 조성된 곳으로, 술집과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선 좁은 골목길이 교차한다"고 참사 원인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군중 안전통제를 연구하는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밀라드 하가니는 "정부 관리들은 밀집된 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행사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과거 사건들에서도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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