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학에도 합동 분향소 마련
미국인 희생자 2명, 한양대 교환학생
조문객 중 외국 유학생들 다수 차지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난 유학생들도
고려대, 중앙대 등도 합동 분향소 운영
뉴시스가 지난 1일 한양대 분향소에서 만난 학생들은 후배 혹은 동기, 선배의 허망한 죽음을 애도하며 이른 오전부터 오후까지 분향소를 찾았다. 한양대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께 분향소를 설치하고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 자정까지 운영을 이어간다.
이태원 참사의 미국인 희생자 2명은 모두 한양대 교환 학생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20살 꽃다운 청년들이었다.
희생자들과 함께 기숙사를 쓰고 수업을 들은 재학생들, 참사 당시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유학생들은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 팀(Tim)씨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친구 중 한 명이 같은 조모임 그룹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같은 또래의 어린 나이이기에 (사고가) 더 끔찍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날 아파서 (이태원에) 가지 않았는데,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누가 놀러 나갈 때 그렇게 될 거로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생명공학과 재학생 윤모(26)씨는 분향을 마치고도 한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윤씨는 "같은 학교 학생인 것만으로 너무 큰 슬픔을 느꼈다. 놀러 갔다가 그리됐으니 사람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많이 볼 것 같다"며 "하나의 문화이고 그냥 놀러 간 건데, 안 좋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송모씨와 장모씨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사고가 난 지점 바로 뒤에서 사람에 떠밀려 가고 있었다. 내 옆에 있던 여성이 숨진 것을 봤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끼어 있는 동안 몸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내 바로 앞에 있던 남성분도 사망했다. 잊히질 않는다"고 했다.
변을 당한 유학생들과 같은 기숙사 층을 썼다는 국제학부 최모(20)씨는 "외국 학생들과 같은 기숙사를 쓴다. 같은 층을 쓴 분들이라 기분이 좀 이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3차례나 방문한 학생도 있었다.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0)씨는 "어제 오후 5시쯤부터 분향소가 설치됐다. 희생자가 세 분이니까 어제도 오고, 오늘 오전에도 오고 오후에도 왔다. 세 분이니까 세 번 했다"며 "또래인데 운명을 달리한 걸 보면 많이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 안남동 캠퍼스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들린 대학원생 정모(27)씨는 "하루쯤 좋은 날 보내려 갔을 텐데 이렇게 허무한 일이 일어나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며 "교내 커뮤니티에서 희생 소식을 접했다. 고연전이 있었지만 학교에서 이태원이 가깝기 때문에 희생자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대에도 합동분향소가 꾸려졌다. 학교에 재학 중이던 외국인 학생 2명과 외국인 졸업생 1명이 참사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의 인명 피해는 전날 오전 11시 기준 30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156명, 부상 151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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