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친구·애교쟁이 막내 딸'…광주·전남 이태원 희생자 '영면'(종합)

기사등록 2022/11/01 16:10:48 최종수정 2022/11/01 16:27:02

정규직 전환·첫 승진 20대, 미용사 꿈꾸던 10대 등 4명 발인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지역민 A(24·여)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2022.11.01. leeyj2578@newsis.com
[광주·장성·목포=뉴시스]박상수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잊지 않을게."

광주·전남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마지막 작별 인사가 이어졌다.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는 지난달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초중고 동창 2명의 발인이 1시간 여 간격을 두고 엄수됐다.

학창 시절 단짝이었던 이들은 각자의 정규직 전환·승진 축하를 위해 이태원에 모였다가 숨졌다.

이날 낮 12시20분께 발인제를 치른 A(24·여)씨의 빈소 제단에는 정규직 전환·정식 발령 내용이 담긴 '사령장'이 올랐다.

지난 2월부터 전남 지역 모 은행 서울 지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A씨는 사내 정규직 전환 필기 시험 합격 통보를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꽃다운 삶을 마감했다.

은행에서는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전날 사령장을 들고 직접 빈소를 찾았다. 함께 일했던 직원 수십여 명도 발인에 참석해 A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가 흐느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아버지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사랑한다 내 딸아"라고 외쳤다.

동생은 "내 언니가 돼줘서 고마워"고 말한 뒤 오열하며 연신 검정 상복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빈소를 떠나는 고인을 위해 국화 꽃송이로 양초를 끄는 과정에서 어머니는 허리를 굽힌 채 오열했다. 어머니는 "어떡해, 어떡해"라며 주저하다 간신히 양초를 껐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지역민 A(24·여)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A씨는 1시간여 앞서 발인을 마친 B(24·여)씨의 친구로 지난 29일 함께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2022.11.01. leeyj2578@newsis.com

한 시간여 뒤에는 A씨의 단짝인 B(24·여)씨의 발인도 치러졌다.

B씨의 발인에 참여한 지인·직장 동료 20여 명은 빈소에서 생전 고인에게 다하지 못한 말들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갔다.

편지에는 '보고싶다' '결코 잊지 않을게' 등 고인을 추모하는 글들이 빼곡히 담겼다.

지난 8월 서울 유명 백화점에 취업한 B씨는 입사 3개월 만에 승진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 지 불과 3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생전 딸과 정이 깊었던 어머니는 발인 내내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다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 걸었다.

통곡이 가득했던 발인이 끝나자 고인의 영정이 친오빠의 손에 들렸다. 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운구되는 B씨의 관을 따라 흐느끼며 버스에 올랐다.

B씨는 지인·직장 동료들이 써준 편지와 함께 묻힐 예정이다.
[장성=뉴시스] 김혜인 기자 = 핼러윈 참사 피해자 A(19·여)씨의 발인식이 열린 1일 오전 전남 장성읍 기산리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A씨의 동창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2.11.01.hyein0342@newsis.com

앞서 전남 장성군 한 장례식장에서도 광주·전남 유일한 10대 희생자 C(19·여)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C씨의 아버지는 장례지도사가 건넨 막내딸의 사진을 가슴에 꼭 안았다. 영정 속 딸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아이고 먼저 가서 이 아빠를 울리냐"며 오열했다.

C씨의 언니는 친구처럼 지낸 동생의 영정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향했다. 뒤를 따르던 동창들은 "○○아"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통곡했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애써 얼굴을 가리는 동창들도 보였다.

전남 지역 미용 관련 고등학교를 나온 C씨는 평소 흰머리가 많은 아버지를 직접 염색해주는 다정한 막내 딸이었다.

6개월 전 서울 한 미용실에 취업한 C씨는 사고 당일 직장 동료 7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파묻혀 변을 당했다.
[목포=뉴시스] 박상수 기자 = 1일 오후 목포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로 숨진 A(26·여)씨의 발인이 치러지고 있다. 2022.11.01. parkss@newsis.com
목포에서도 이날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D(26·여)씨의 발인이 가족과 친지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환하게 웃고 있는 D씨의 영정을 앞세운 관이 운구차량에 옮겨지자 조용하던 행렬에서 가족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발인을 지켜보던 지인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D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직장생활 때문에 3년 전 집을 떠나 인천에서 생활하던 D씨는 사고 당일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변을 당했다.

지난 추석 이후 D씨의 얼굴을 보지 못한 가족들은 주검으로 돌아온 D씨를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보냈다.

한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6명이 숨지고 152명이 다쳤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뒤 맞이하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 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광주·전남 희생자는 총 10명(광주 7명·전남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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