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생각하면서 보람되게 살아야지"…희생자 유족, 눈물의 다짐

기사등록 2022/11/01 13:03:46 최종수정 2022/11/01 13:25:43

가족에게도 주변인에게도 항상 먼저 베풀던 아들

70대 모친 "엄마가 아들 붙잡아주지 못해서 미안"

연고지 먼데도 전날 온종일 조문객 발걸음 이어져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신원확인을 위해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2022.10.3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이소현 이명동 기자 = "막내가 형, 누나 다 돕고 우리도 돕고 그러다 가버렸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 부친은 가장 힘이 됐던 막내 아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3여년 전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고향인 경북 울진에서 상경한 40대 아들은 지난달 29일 이태원에 갔다가 변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생전 가족에게도 주변인에게도 항상 먼저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참사로 귀한 막내 아들을 잃은 70대 노모는 배려심이 남달랐던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남에게 베풀 때 너무 인색하게 하지 말라고 먼저 말하던, 배울 점 많은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역할을 하는 자식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엄마가 아들을 붙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통곡했다.

슬픔을 가누지 못하던 어머니는 이내 "아들 생각하면서 우리가 보람되게 살아야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울먹였다.

아버지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타격점이 클 것 같다"고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A씨의 형과 누나는 든든한 가장 역할을 했던 막내 동생의 비보에 황망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형은 "고향에서 부모님과 살다가 올라와서 같이 산지 3~4년 정도 됐다"며 "퇴근하면 매일 간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다른 요리 실력으로 전통조리학교에 합격하고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포기했던 A씨가 형을 위해 준비한 간식이었다.

형은 "나한테 싫은 소리 한번 한 적 없고 싸운 적도 없다"며 "이제 내 동생 같은 사람을 어디 가서 만날 수 있을까"라고 슬퍼했다.

연고지가 멀어서 가족들만 올 줄 알았던 빈소는 생전 선했던 고인의 인품을 보여주듯 조문객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A씨 누나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놀랐다"며 "사회적 관계도 굉장히 잘 맺고 누구나 다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서울 올라와서 만든 친구들만 100명이 넘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강아지가 있는데 동생을 계속 찾더라"며 "강아지를 보면 동생인 것 같아서 유품처럼 제가 잘 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곳곳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서는 발인식이 진행되는 등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기준 15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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