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장동료들과 이태원 핼러윈 축제서 참변
초중고교 동창생 10여명도 마지막 배웅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참변을 당한 막내딸은 가족을 뒤로한 채 마지막 여정을 떠났다.
이태원 압사 참사 나흘째인 1일 오전 전남 장성군 장성읍의 장례식장에서 피해자 A(19)양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검정 상복을 입은 A씨의 초중고교 동창생 10여명도 분향소에 모여 묵념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A씨의 아버지는 장례지도사가 건넨 막내딸의 사진을 가슴에 꼭 안았다. 영정 속 딸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아이고 먼저 가서 이 아빠를 울리냐"며 오열했다.
A씨의 언니는 친구처럼 지낸 동생의 영정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향했다. 뒤를 따르던 동창들은 "○○아"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통곡했다. 친구를 떠나보내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애써 얼굴을 가리는 동창들도 보였다.
A씨의 어머니는 부축을 받아 발길을 힘겹게 옮겼고, 쏟아 낸 눈물 탓에 상복 소맷단이 푹 젖어있었다.
A씨의 관이 운구차량에 실리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유족은 "묵념합시다"는 소리에 맞춰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손을 모은 채 고인의 영면을 바랐다.
1남2녀 중 막내인 A양은 전남 지역 미용 관련 고등학교를 나왔다.
평소 A양은 "우리 딸, 언제 아빠 머리카락 잘라줄 거야"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염색이랑 머리도 예쁘게 해줄게"라며 살갑게 대했다.
A양은 6개월 전 서울의 미용실에 취업했다. 갓 성인이 된 딸을 타지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아버지에게 매일같이 자신의 사진을 보내며 안부를 전했다. 지난 추석 땐 고향 전남 장성을 찾아 아버지의 머리도 직접 염색할 만큼 다정한 딸이었다.
A양은 핼러윈데이를 앞둔 지난달 29일 직장 동료 7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파묻혀 변을 당했다. 동료 3명도 유명을 달리했다.
다음 날 경찰로부터 'A양이 숨졌다'는 비보를 접한 아버지는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는 "사고 당일 오후 5시에도 직원들과 함께 입고 갈 핼러윈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한순간에 자식을 잃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 운집한 사람들을 위해 행정기관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5명이 숨지고 152명이 다쳤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뒤 맞이하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전남 지역 사망자는 A씨를 포함해 3명이다. 광주는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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