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 풀린 첫 행사, 인파 충분히 예상돼
"실시간 인원 모니터링, 많다면 밖으로 내보냈써야"
"정작 통제부족 등 원인 설명은 없어"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세월호를 넘어서는 역대급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31일(현지시간) 외신은 이번 사건의 원인은 당국의 대비가 부족해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봤다.
CNN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규제했던 마스크 의무가 풀린 뒤 첫 핼러윈 행사인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때문에 생길 혼잡을 당국에서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이번 핼러윈은 특히 서울은 물론 지방 거주자, 외국인 관광객 등까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라며 "인근 호텔과 여러 행사들이 사전에 예약이 꽉 찼다는 것만 봐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다"고 강조했다.
목격자들은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기 전까지 군중을 통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CNN에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비좁은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CNN의 국가안보 분석가이자 재난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은 "당국은 실시간 군중 수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고, 사람들이 많다면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야 할 필요성도 감지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포함 관계자들이 원인을 정확히 짚지 않은 점을 거론했다.
NYT는 "이들은 브리핑에서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맹세는 하지만, 정작 군중의 통제 부족 등 이태원 골목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준비의 부족을 시인했다"며 "그 이유는 이날 진행되던 반정부 시위 때문에 경찰들을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수만 명이 몰릴 행사를 앞두고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WP는 "불과 이틀 전이 되어서야 이태원을 포함한 용산구는 코로나19 예방과 거리청결, 식당 안전점검, 마약류 사용 가능성 단속 등이 담긴 안전대책을 공개했다"면서 "하지만 군중을 통제하는 문제는 목록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태원 사고 인명 피해가 30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인명피해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직전 집계치의 303명보다 4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망 155명, 부상 152명으로 각각 1명, 3명 증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