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2014년 초연부터 다섯 시즌 중 네번 출연
"지금의 '롤라'가 가장 좋아…내면에 집중"
'하데스타운'·'데스노트' 등 연달아 흥행작
배우 강홍석은 뮤지컬 '킹키부츠' 초연부터 최근 서울 공연을 마친 다섯 번째 시즌까지 네 번의 '롤라'로 살아왔다. 한 시즌을 제외한 최다 출연으로, '원조 롤라'로 불린다. 세상의 편견과 억압에 당당하게 맞서는 아름답고 유쾌한 드래그퀸이다. 또다른 주인공 '찰리'와 함께 폐업 위기 구두공장을 살리고자 80㎝짜리 아주 특별한 부츠를 만들며 세상에 나아간다.
2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랜 시간 '킹키부츠'를 했는데, 이번에 더 많은 분께 사랑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초연 땐 관객들이 여장한 제 모습에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러 감정이 섞였던 것 같아요. 이젠 환호는 물론 아무렇지 않게 봐주죠. '킹키부츠'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세상이 온 것 같아 기분 좋아요. 오래 사랑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 초연 당시 캐스팅되기까지 7차례 오디션을 보며 노력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브로드웨이에서 '롤라'를 연기한 배우 빌리 포터의 영상을 보고 감탄하며 수없이 돌려봤다. 그리고 이 역할을 꼭 하겠노라 다짐했다. 오디션을 위해 한 달 동안 15㎏을 감량했고, 여장을 하고 대학로 거리를 거닐기도 했다.
강홍석은 "나이가 들어서 하고 있는 지금의 '롤라'가 제일 좋다"고 했다.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차고 넘친다'는 그 말뜻을 이제 알 것 같다"고 했다.
"초연과 재연 땐 형들의 인생 경험과 성숙함을 따라갈 수 없었어요. 머리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론 잘 안됐죠. 이후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나이를 더 먹었잖아요. 어렸을 땐 패기와 열정이 더 넘쳤겠지만, 균형감은 지금이 더 좋아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롤라의 메시지도 더 와닿죠."
2년 만에 돌아온 '킹키부츠'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서울에서 12만746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과 달리 거리두기 해제로 꽉 찬 객석에 함성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에도 그는 함께하고 싶다며 애정을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건 체력이란다. "전개가 빠르고 음도 높고 퀵체인지(의상·분장 등 변화)도 많아서 체력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힘 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강홍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부터 '데스노트', '킹키부츠'까지 내리 흥행작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하데스타운'을 마치고선 여러 드라마 제의도 왔지만, '데스노트'를 다시 꼭 하고 싶어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2015년 초연과 2017년 재연 모두 사신 '류크'로 출연했다.
"'류크'는 제게 소중한 역할이에요. '롤라'와 함께 대중적으로 제 대표 캐릭터로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죠. 이전에 연기하며 스스로 해결 안된 부분이 있어서 한번 더 하고 싶었어요. 사실 그 시기에 생각보다 많은 대본이 들어와서 너무나 감사했죠. '하데스타운'도 정말 위대한 작품이에요. 배우들이 뜨겁게 웃었고, 뜨겁게 울었어요. 다음 시즌은 더 잘 될 거예요."
데뷔 11년차를 맞은 그는 "아직 한참 더 걸어가야 한다"고 빙긋이 웃었다. "뮤지컬은 평생 할 것"이라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도 해야하고, 좋은 감독님들과도 더 같이 연기해야 한다. 악역 등 해야 할 역할도 태산"이라고 말했다.
"제가 확실히 남들과 다르게 생겼잖아요. 턱도 튀어나오고 목소리도 탁성이죠. 하지만 관객들은 저만의 그 특별함을 좋아해주죠. 네 살 된 딸이 친구들과 공연장에 놀러 와서 '우리 아빠 멋있지'라고 할 때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너무 기분 좋아요.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게 제 꿈이에요. 황정민, 하정우 선배님을 존경하는데, 그런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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