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2명 사망·26명 부상, 21억 대 피해
가스레인지 발화가 46% 차지, 대부분 '부주의' 탓
"기름 사용 잦은 주방엔 K급 소화기 비치 필요"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최근 3년 사이 광주·전남에서 주방 조리기기 취급 부주의에 따른 화재가 6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은 특히 기름 사용이 많은 주방에는 'K급 소화기'를 비치해둬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26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0월 25일까지 광주·전남 지역 발생 화재 중 주방 기기에서 시작된 경우는 광주 345건, 전남 251건 등 통틀어 596건이다.
이로 인해 광주에서는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 규모는 7억5800여만 원이었다.
지난 3년 사이 전남도 주방기기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재산 피해액은 13억8900여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을 통틀어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시작된 사례가 275건(46.1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냉장고·김치냉장고 98건, 전기레인지 40건, 튀김기 33건, 이동용 가스레인지 28건, 인덕션 15건, 전기전자 그릴오븐 6건 순이었다.
소방 당국은 주방기기 화재의 경우 음식물 조리 중 자리를 비우거나 딴청을 피우는 등 부주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0시 4분께 광주 광산구 한 치킨 가게에서도 영업 종료 직후 전원을 끄지 않은 튀김기에서 불이 나 490만 원 가량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날 오후 9시 48분께에는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중화요리집에서 튀김 요리 도중 불길이 천장까지 옮겨 붙어 59만 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4시 42분께에도 전남 영광군 영광읍 한 반찬가게에서 조리 중인 음식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채 자리를 비워 1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식용유는 발화 온도가 280~400도로, 불이 붙으면 식용유 표면의 화염을 제거해도 발화점 이상 상태가 유지되면서 재발화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물을 뿌리는 행위는 유증기와 합쳐져서 화염이 커지고 기름이 튀어 화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분말소화기로는 고온의 기름이 냉각되지 않고 다시 불이 붙기 쉽기 때문에 주방용인 K급 소화기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K급 소화기는 주방을 의미하는 키친(Kitchen)에서 앞 글자를 따와 지은 것으로, 기름 위에 막을 형성시켜 온도를 낮추고 산소 공급을 차단해 불을 끄는 원리다.
현행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NFSC 101)'에는 K급 소화기 설치 의무 대상 시설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음식점,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노인·유아 생활시설, 의료시설, 업무시설, 공장, 장례식장, 교육·연구 시설, 교정·군사시설 등지의 주방에는 반드시 1개 이상의 K급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주방은 각종 조리유와 화기 사용이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가정에도 주방 만큼은 K급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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