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9세기 후반 조각...석굴암 불상 연상 완성도 높아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목조 불상 2점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과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을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2012년 보물로 지정된 '합천 해인사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과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은 각각 합천 해인사 법보전과 대적광전에 모셔졌다 지금은 대비로전에 함께 안치됐다.
두 불상 모두 불상 조각양식과 지정조사 과정에서 실시한 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통일신라 9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인사가 802년 창건된 사실에 비춰 볼 때, 법보전과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상이 해인사 창건시기와 머지않은 시점에 조성됐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으로 그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해인사 법보전과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은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도 뛰어난 조각기법을 보여준다.
비로자나 부처의 수인인 지권인을 하고 한쪽 어깨를 드러낸 옷차림, 둥근 얼굴과 당당한 신체표현, 신체를 자연스럽게 감싼 옷 주름 등은 9세기 석굴암 불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조각 완성도가 높다.
복장유물도 한국불교사,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해인사는 1489~1490년 조선왕실의 후원을 받았으며, 당대 최고 고승 학조대사(15세기)가 중창한 절이다. 이러한 역사를 반영하듯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 동안 이뤄진 불상의 중수과정에서 추가로 납입된 전적류와 각종 직물이 포함돼 있다.
1490년 불상을 중수하면서 납입한 복장유물은 조선 초기 왕실 발원 복장유물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완벽하게 보존된 후령통을 통해 16세기 ‘조상경’이 간행되기 전 복장물의 종류와 넣는 절차가 이미 정립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두 불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목조불상으로 조성 당시부터 현재까지 해인사의 중요한 예배대상이다. 802년 해인사 창건의 역사로부터 오래되지 않은 9세기 유물이란 점, 당시 해인사 화엄사상을 대변하는 대표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장유물도 고려에서 조선 초기까지 납입된 물품의 목록으로 구성돼 불상의 중수 내력 및 불교사적 특성, 해인사와 조선왕실과의 관련성, 복장유물 절차의 기원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인정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고고유물 1점, 불교회화 1점, 불교전적 5점을 보물로 지정했다.
이날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은 집모양 도기 2점, 사슴모양 뿔잔 1점, 배모양 도기 1점, 등잔모양 도기 1점 등으로 구성된 일괄 출토품이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상형도기 여러 점이 우수한 보존 상태로 한 벌을 이뤄 출토된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고고학적 의의가 크다.
집모양 도기와 배모양 도기의 경우 형태와 구조적 측면에서 실제 당시에 존재했던 창고와 배를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당시 가옥구조와 선박 등의 시설물 복원과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사슴모양 뿔잔과 등잔모양 도기는 유물이 지닌 조형예술적 특성이 독특하고 아라가야 고유의 불꽃모양 투창이 표현되는 등 독창적인 표현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이들 상형도기류는 5세기 전반 경 아라가야 지배계층의 문화적 속성을 신라와 다른 지역 가야와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속초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1755년 수화승 태전을 비롯해 화승 10명이 제작한 불화다. 해외로 유출된 후 60년 넘게 전해져오다 2020년 미국에서 환수됐다.
기량이 뛰어난 화승들이 참여해 단정하고 섬세한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 정확한 좌우대칭 배치, 수직 상승구도의 안정된 원근법을 도입해 균형 있는 구도가 특징이다.
강원도에 소수만 남아있는 18세기 불화로서 희소성이 있고 조선왕실 원찰인 신흥사에서 영산재 개최를 위해 조성한 후 극락전에 봉안했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종교적 의미가 있다. 화면 속 존상들의 절제된 형태와 차분한 분위기, 중간 색조의 색감 등 품격 있는 화풍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적 성취가 인정된다.
불교전적 분야에서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4건과 '법화현론 권3∼4'이 이번에 보물로 지정됐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류의 지정대상은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1∼5'(1352년, 고려대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4∼6'(1316년, 동국대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4∼7'(1352년, 계명대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6'(1352년, 전남대 소장)이다.
이들 자료는 고려 14세기 조성된 목판에 찍어낸 불경으로 절첩 형태의 전남대 소장본을 제외하고 모두 책자 형태다.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동종문화재와 비교할 때 인쇄 시기가 빠르고 해당 권차 역시 유일해 희소성이 있어 불교·문헌학적 가치가 있다.
'법화현론 권3∼4'는 1102년 대흥왕사에서 간행한 불경을 1461년 간경도감에서 재간행한 것이다.
모든 책이 완질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법화현론 판본으로서 희소성이 있다. 보존상태도 좋아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해당 유물로 그동안 잘 알 수 없었던 법화현론의 존재가 확인됐고 법화사상 연구의 원천 자료로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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