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에 채권 시장 일단 안정…긴축 불확실성은 여전

기사등록 2022/10/24 11:23:17

국채 금리 하루 새 20bp 급락

국채 3년물 4.3%대·10년물

이창용 "빅스텝 전제조건 안바껴"

"위축된 시장 심리 안정 효과…통화긴축에 경계감 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추경호(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주 연고점을 경신했던 국채 금리가 하루 새 20bp(1bp=0.01%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급격하게 번지자 정부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유동성을 지원하는 조치에 나선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일단 위축된 시장 심리를 달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94%포인트 하락한 연 4.301%에 거래중이다. 전날(4.495%) 상승폭을 모두 되돌리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155%포인트 하락한 4.5%에 거래중이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175%포인트, 0.169%포인트 내린 4.473%, 4.320%에 거래되고 있다. 20년물은 0.097%포인트 내린 4.449%를 기록하며 전날 상승폭 일부를 되돌렸고, 30년물은 0.072%포인트 내린 4.320%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채 시장은 강원드 레고랜드 사태로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지난 21일 2년물과 3년물을 제외하고 전구간 연고점을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93%포인트 오른 연 4.632%에 마감해 2011년 3월 8일(4.68%) 이후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강원도는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자금을 조달하고자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를 발행하며 지급보증을 섰다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철회하겠다고 밝혀 채권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 조짐이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자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산은·기은·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이다. 채안펀드 매입대상 채권에 시공사 보증  PF(프로젝트 파이낸싱)-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포함됐고, 산은·기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에 증권사 CP 매입이 포함됐다. ·
 
다만, 그동안 시장에서 요구해 온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방안은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한은이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받고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비상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한은은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재도입 여부를 이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SPV 등을 재가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시장 안정에 영향을 주겠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긴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절대규모 측면에서 투자심리 안정과 시장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연내  PF-ABCP 월별 만기도래 규모는 나이스신용평가 평가건 기준으로 9조~13조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유동성 국면으로 '빅스텝'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 자금시장 안정방안은 ABCP로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데 대한 미시적 측면"이라며 "우리나라는 CP 중심으로 문제가 있지 은행중심 자금순환은 문제가 없어 거시 통화 정책 운영에 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자금경색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급격하게 위축된 투자심리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SPV나 금투협에서 요청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이를 재가동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창용 한은 총재의 빅스텝 인상 관련 발언을 채권시장이 어떻게 소화할지도 관건"이라며 "10월 금통위에서 0.5%포인트 인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전제 조건들이 11월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자금경색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자체의 재확약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시중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금경색이 발생한 만큼 정책 당국 대응 기조가 상충되는 데 따른 문제는 향후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대책으로 시장의 투자심리를 빠르게 회복시켜 안정시킬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통화정책이 금리인상 사이클에 있어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