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농민에 도움 안 돼…더 논의 당부"
與, "尹 거부권 요청해야…혈세 낭비"
"文 정부에서도 수용 곤란 입장 밝혀"
野 "낭비 홍보는 지양하고 논의해야"
전략 작물 확대에는 "무리·실패 계획"
개정안 본회의 통과 시 尹 결정만 남아
[서울=뉴시스]박영주 김승민 하지현 기자 = 쌀 초과 생산량 시장격리(정부 매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당정과 야당이 설전을 이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밝히자,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쌀 과잉생산과 혈세 낭비 등이 우려된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야당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안으로 내놓은 가루쌀 등 전략 작물 생산 확대 방침을 두고 '실패를 확신한다'며 단독 표결로 통과시킨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 장관의 발언을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종합감사에서 남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간 내 대국민 홍보 등을 통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저지 노력을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정 장관에게 "쌀 격리 의무를 강화하면 판로 걱정이 없는 분들이 열심히 벼농사를 지어 쌀이 늘어날 것"이라며 "타 작물이나 전략 작물 재배를 통해 쌀 생산을 조정하려는 정책 목표는 아예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안병길 의원도 "(격리 의무화가) 당장은 득이 될지 모르겠지만 미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법이 결국은 쌀농사 농민도 못 지키고 종국적으로 전체 대한민국 농업을 피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춘식 의원은 민주당 집권기에도 같은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에서 개정 양곡관리법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알렸다"며 "대통령에 보고하고 나서 거기에 따른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도 이런 지적에 "(개정안이 쌀 생산 조정 목표에) 역행한다고 본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양수 의원은 "농민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어렵게 하는 법"이라며 "법사위원과 대국민 상대 홍보를 강화해서 법 논의 과정에서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박덕흠 의원은 정 장관에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양곡관리법이 '날치기' 통과됐는데, 만약 (법사위 심사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용의가 있나"라고 질의했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 "절차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저희도 노력할 테니 여야 간 협의해서 어떤 게 농민을 위하는 건지 논의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의 내용과 추진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개정안이 법사위로 갔는데 (농림부에서) '1조원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 '농업을 후퇴시킨다'는 등의 홍보는 지양했으면 좋겠다"며 정 장관의 개정안 반대 입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발휘할 때"라며 "개정안의 의무 격리는 부수적이고, 주된 내용은 전략 작물 직불제 확대나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법제화"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 장관은 "저도 누누이 말하지만 (쌀 시장격리) 의무화만 삭제해주시면, 나머지는 의원님과 (의견이) 거의 같다"고 강조했다.
윤준병 의원도 농림부가 '연 1조원 소요' 등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림부는 연평균 1조400억원이 든다고 했는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격리 조건이 충족되면 하는 것"이라며 "왜 무조건 1조원이 들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나. 타작물 생산조정을 잘 하면 (격리를) 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정 장관이 (앞선 발언과 달리) 35만 톤을 시장 격리하고 농협을 통해 10만톤을 격리한다는 건 말한 바 없다고 했는데, 이는 명백한 위증"이라며 위원회 차원에서 정 장관을 고발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어기구 의원은 정 장관에게 "'양곡관리법이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해보기는 하고 이런 말을 하나. 장관님은 농림부 장관"이라며 "시장격리를 제때 하니까 올라가지 않나. 의무화를 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정훈 의원은 정 장관이 추진 중인 가루쌀 등 전략 작물 생산 확대 방침에 "무리한 계획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쌀의 구조적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주 미미한 정책"이라며 "가루쌀은 시장성도 불안정하고, 글루텐 성분이 약해 밀가루 시장을 대체할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과잉생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두고는 "생산조정제가 시행됐을 때 3년 동안은 시장격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급 균형이 이뤄졌다"며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정 장관은 "지금의 농촌 현실은 벼에서 떠날 수가 없다"며 "(정부 매입 의무화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농민들이 다른 걸로 돌리고 싶어도 쉬운 품목에서 떠나지 못하게 뒷다리를 잡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전날 여당에서 사용한 '양곡 공산화법' 표현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국 공산당 창건일에 축하를 보낸 건 뭐라고 할 건가"라며 비판했다.
이에 윤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축하 전문을 보냈는데 주 원내대표도 빨갱이인가"라고 되받아쳤고, 홍 의원은 "공산화법이라고 몰아치지 말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질의 방식과 태도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 언성이 높아지거나 잠시 국정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참고인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윽박지르거나 과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여당의) '쌀 공산화법' 발언이 참고인이 발표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고인 논리에 편승했다고 본다. 참고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이 의원은 "위성곤 의원님께 이야기한 것 아니다. 내가 누구라고 지적했나"라고 반박하며 장내 소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법안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상황에서, 법사위 심사 기간 내 시장격리 의무화를 제외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새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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