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아시아드 주경기장서 5만명 운집한 '옛 투 컴 인 부산' 공연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맏형 진, 올해 말 입대 전 사실상 마지막 단체 공연
TV·온라인으로 전 세계 생중계
지역성과 글로벌성, 개별성과 단체성 아우른 콘서트
'방탄소년단'(BTS)이 올해 열어온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누차 언급하지만,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이들 콘서트는 어떤 현상에 대한 은유 또는 특정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 3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대중음악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이정표 공연이었다. 같은 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는 공연 지역을 아우르는 연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도시 생태계를 꿈틀거리게 했다.
방탄소년단이 6개월 만인 15일 오후 부산광역시 연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마련한 '옛 투 컴 인 부산' 역시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한국을 기반 삼아 세계를 아우르게 된 글로벌 수퍼 그룹이 자신들의 국가적 책임감과 글로벌 성장 서사를 발판 삼아 펼치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래서 부산을 비롯 광주 등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언급하는 '마 시티(ma city)'가 세트리스트에 포함된 건 당연했다. "니가 어디에 살건 / 내가 어디에 살건 / 한참을 달렸네 / 나 다시 또 한참을 달렸네"라고 아미들과 함께 떼창하며 연대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고향인 지민은 부산에서 공연하는데 이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로, 이날만 열렸다. 5만명이 운집한 이곳에서 오프닝 세리머니에 이어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시작한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성장서사와 부산의 지역성 그리고 엑스포의 의미가 맞물린 공연을 펼쳤다. 현장 관람뿐만 아니라 국내 JTBC, 일본 TBS 채널1이 TV 생중계를 했고 위버스·제페토·네이버 나우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 세계로 무료 스트리밍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건 국내외 소수자들의 연대가 바탕이 됐다. 해외에서 다양한 인종이 뭉친 팬덤의 연대 게릴라 활동을 통해 퍼져나갔고, 이제 주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이 됐다. 그 절대적인 본보기가 세계 최대 팬덤 '아미'와 함께 하는 방탄소년단이다.
영향력이 커진 이후 방탄소년단이 콘서트를 여는 곳마다 새로운 문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이번 콘서트를 전후로 하이브가 펼치고 있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의 일환인 전시 '2022 BTS 엑스비션 : 프루프(EXHIBITION : Proof)', 5개 호텔의 테마 패키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테마파크 등에서 다양한 모습의 아미들이 함께 덩굴처럼 어우러지며 생명력을 만들어냈다. 그건 새로운 문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엑스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무대 양 옆 대형 스크린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로고를 형상화한 8개의 LED 영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시로 터지는 불꽃놀이와 폭죽, 화끈한 밴드 사운드가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마이크 드롭'으로 무대를 시작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초반부터 엄청 달리기 시작했다. '달려라 방탄' '런' 등을 연이어 들려주며 가로로 긴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아미의 큰 함성에 제이홉은 "마! 살아있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산 배경의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유명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부산에서 공연을 여는 건 3년 만이다. 지난 2019년 6월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미팅 'BTS 5TH 머스터 매직 숍(MUSTER MAGIC SHOP)'을 펼쳤다. RM은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콘서트라 더 뜻깊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정국은 고향이 부산이라 더 의미가 컸다. 지민과 정국은 "영광이면서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날 공연에선 방탄소년단이 모델인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개 '스팟(Spot)'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스크린에 상영된 VCR 속에서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에 맞춰 춤을 춘 스팟은 방탄소년단이 대표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앞장서기도 했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등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한 글로벌 히트곡에 공연은 더 뜨거워졌다. 그런데 화룡점정은 '쩔어' '불타오르네' 등 방탄소년단이 하드코어 팬들을 보유하기 시작한 때 불렀던 곡들이었다. 특히 '불 타오르네'는 화끈한 불기둥 연출로 열기를 더했다.
막판에는 '영 포에버(Young Forever)' '포 유스(For Youth)' 등 청춘의 아련함을 상징하는 곡을 불렀다. 유독 한국 아미들이 좋아하는 '봄날'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뮤직비디오 속에 나오는 앙상한 나무가 무대 한 가운데 세워지고 무대 옆에 놓였던 기차 모형 안에서 멤버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기차 역시 뮤직비디오 속에서 주요하게 등장했다. 그리고 가사 속 '눈꽃'을 연상케 하는 흰 종이가루가 객석을 뒤덮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마지막 한곡을 남겨두고 그간 마음 속에 꾹꾹 눌러뒀던 속내를 털어놨다. 개별 활동 병행으로 챕터2를 연 가운데 멤버들이 앞으로도 여정을 함께 할 것을 분명하게 약속했다. 제이홉은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아미 여러분도 하나된 믿음으로 미래를 그려갈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콘서트는 올해 말부터 군 복무가 예상되는 맏형 진의 입대 전 멤버들이 함께 하는 사실상 마지막 공연이다. 진은 "일단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멤버들은 여건상 당분간 완전체로 콘서트를 할 수 없어도, 앞으로도 계속 멤버들이 함께 하겠다는 의지와 믿음을 분명히 했다.
지민은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맛보기다. 더 가야죠. 30년, 40년은 가자"고, 슈가도 "우리가 첫 대상을 받은 지 6년 지났는데 20년, 30년 지나도 이 자리에 계속 서 있을 것 같다. 여러분, 우리 한 번 같이 늙어봅시다"고 아미에게 권했다. 아울러 진은 방탄소년단 멤버 중 첫 번째 솔로 활동을 성료한 제이홉에 이어 두 번째로 솔로 활동을 하게 됐다고 예고했다. 경남 양산에서 왔다는 고등학생 아미 임하나 양은 "단체로 멤버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계속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이날 방탄소년단은 애초 '런' '아이돌' 무대 때 멤버들이 플로어석을 누비는 방안을 고민했다, 안전을 생각해 하지 않기로 했다. RM은 자신들의 첫 스탠딩 콘서트라 미흡한 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날 2시간 남짓 진행된 콘서트는 지역성과 글로벌성, 개별성과 단체성 등 대립되는 이미지들을 모두 아울렀다. 다양한 은유와 상징성을 잘 압축한 공연이었다.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한 아미 약 1만2000명을 위해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과 해운대 특설무대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라이브 플레이'를 열어 부산 지역 곳곳의 매력을 알렸다. 또 안전하게 공연을 마치며 현지 시민들의 질서정연함도 보여줬다. 세계적인 그룹의 공연을 전 세계에 무료 송출한 것 자체가 세계가 하나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울러 멤버들의 현재 각자 고민은 각자 삶에서 전성기를 보냈거나 보내고 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별성으로 단체성을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만난 스웨덴 아미 나르딘(Nardin·22) 씨는 부산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그녀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부산도 큰 도시라 알게 됐다"고 했다.
이날 마지막곡은 콘서트 타이틀이기도 한 '옛 투 컴(Yet To Come)'(The Most Beautiful Moment)이었다. '옛 투 컴' 노래를 요약하면, '베스트 모멘트 이스 옛 투 컴(Best moment is yet to come·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다. 그건 본격적인 개인 활동 병행을 예고하며 제 2챕터를 열게 된 방탄소년단 자신들과 내년 엑스포 유치 확정을 위해 뛰고 있는 부산광역시에 해당하는 이야이기도 하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은 덩굴처럼 얽힌 다양한 맥락을 콘서트에 녹여내는 드문 팀이다. 그래서 그들의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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