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조정 통보
갑작스런 등급 상향에 이용자들 불만 폭주…"선정성 기준 모호"
게임위 등급 심의 체계 도마 위…전문성·투명성 의구심 제기
게임 민간 심의 주장하는 국민청원 5만명 달성…게임위 폐지론 대두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미소녀 캐릭터 중심의 서브컬처 게임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게임물 심의·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일부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에 대해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상향을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은 게임위가 전문성, 투명성 등이 부족한 등급 분류 심사를 하고 있다며 게임위 사전 심의 체계를 비판하고 게임위 폐지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습니다.
현재 넥슨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요스타 ‘명일방주’, 텐센트 ‘백야극광’, X.D 글로벌의 ‘소녀전선’ 등 서브컬처 게임 5종이 게임위 등급조정 대상에 올랐는데요. 이 가운데 게임위가 ‘선정성’ 사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로 이용 등급이 상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은 블루 아카이브와 페이트 그랜드 오더, 소녀전선 등 3종입니다.
국내에서 일정 기간 서비스하고 있던 이 게임들의 등급이 갑자기 조정된 이유는 ‘민원’ 때문입니다. 지난달 일부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해당 게임들이 선정성을 지적, 게임위에 등급 조정을 요구하는 민원들을 수만건 제기했는데요.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10년치 민원이 몰렸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에 행정기관인 게임위는 모니터링에 나섰고, 해당 캐릭터의 노출도 및 다양한 요소를 검토한 결과 선정성과 관련해 등급 상향 요소가 확인, 등급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갑작스러운 등급 상향 통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등급 세부 분류 기준을 보더라도, ‘선정성’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정성은 시각의 차이가 커 명확한 설명이 더욱 필요한 부분인데요. 해당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캐릭터 노출 등으로 선정성 요소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을 수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들 게임이 미성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임물 등급분류 규정 제8조에 선정성에 관한 세부 기준에 따르면 청소년 이용 불가는 '성기 등이 완전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선정적인 신체노출이 표현되어 있는 경우', '영상에서 성행위를 표현했으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아닌 경우' 등 8가지 규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데다가 신체 부위 노출에 대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는 등 판단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죠. 이 때문에 과거부터 게임 선정성 논란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수위의 노출 의상을 입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들의 이용등급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요. 게임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고무줄 심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이용자들은 게임위의 등급 분류를 담당하는 심의 위원들의 구성이 게임 전문가 비중이 낮고,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심의 체계 자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게임 등급 조정을 권고 받은 게임사들도 고민이 큽니다. 게임위 등급 조정 통보에 소명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을'의 입장에 가까워 쉽지 않고, 사실상 권고가 아닌 명령에 가깝다는 것인데요. 등급 조정을 위해 거쳐야 하는 내용 수정 과정도 만만치 않고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 시 이용자가 줄어드는 피해도 있습니다.
급기야 게임위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게임물 사전 심의를 폐지하고 민간에 완전히 이양돼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 청원을 냈고, 현재 5만명의 동의를 받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지난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에 게임위 폐지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입니다.
업계에서도 게임 심의에 정부기관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게임 자율 심의가 충분히 성숙한 데다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등 심의에 대해서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 자율 기구가 게임위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이번 논란이 단순 게임 등급의 문제가 아닌, 게임 산업 지배구조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은 영화와 달리 이용자와 게임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인데, 민원이 제기됐다고 일방적으로 등급을 상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다이야기 사태로 설립된 게임위는 문체부 산하 정부 기관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민원을 감당하기 힘드니 청불 등급을 내려버리는 것으로 보인다"라며"빠르게 발전하는 게임 신기술 등 트렌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게임 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심의 문제는 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게임위가 어떠한 대처에 나설지 주목 됩니다. '건강한 게임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가는 게임관리 전문기관' 비전에 걸맞게 게임 산업을 이해하는 게임위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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