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 받은 판사는 정직, 250만 원 받은 경찰은 파면
법관징계법상 최대 처분 정직 1년 "제 식구 감싸기 악용"
법관 신분 보장 공정한 재판 받을 국민의 권리 위한 것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횡령 범죄에 연루된 지인에게 법률 조언을 해주고 돈을 챙겨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은 전직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의 솜방망이 징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관징계법상 최고 징계 수위가 정직 1년으로 제한돼 비위 법관의 책임을 면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다.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시정)은 14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광주고법·대전고법 산하 법원과 특허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명 '법관의 물징계'를 꼬집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정직 6개월과 징계부가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은 전 부장판사 A(58)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A씨는 2017년 4월과 7월 횡령 범죄에 연루된 지인 B씨에게 법률 조언(진술서 수정 등)을 해주고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부정 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기소돼 벌금 300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광주지법 수석부장을 지내다 대전지법으로 발령 났고, 법복을 벗은 상태다.
이 의원은 광주 모 동전노래방에서 손님 지갑을 훔친 종업원의 사정이 딱하다며 운영자로부터 250만 원을 받고 절도 사건을 무마시킨 경찰관 B(52)씨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파면'된 사례를 들어 비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경찰관 B씨가 법관 A씨보다 수수한 금품이 적었는데도 징계 수위와 형량이 높았던 점, B씨의 파면이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한 점 등을 근거로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법관징계법상 법관에게 정직·감봉·견책만 할 수 있고, 수위를 정직 1년으로 상한을 정한 것은 독립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위한 것이지 법관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 의원은 "판사라는 이유로 징계 수위를 낮추라는 게 아니다"며 징계 상한을 정해준 것을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영구 광주지법원장은 "법관이 비위 행위로 처벌·징계받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어 법관 징계는 파면·해임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헌법·법률을 위반한 판사를 공직에서 배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상 탄핵 제도다.
이 의원은 비위 법관의 탄핵소추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면 대법원장이 국회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하는 법관징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미국 연방법원처럼 파면·해임 사안은 국회로 통보해서 탄핵하고 연금도 감액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사법부가 자체 정화를 하고 있지 않은 만큼 자정 능력과 의지를 국민에게 보이려면 이러한 제도 등이 필요하고, 비위 법관 탄핵을 통한 사법 신뢰 회복과 직업 윤리 회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징계 실무가 헌법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활용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견해를 재차 물었고, 고 광주지법원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입법하면 따르겠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5년간 성범죄, 음주운전, 금품수수, 사법행정권 남용·직무상 의무 위반 등에 연루된 법관 24명에 대해 감봉 12건, 정직 7건, 견책 5건의 징계 처분을 했다.
앞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 66명 중 10명만 징계받았고, 최고 수위 처분을 받은 법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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