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시기 논의 시동에 당권주자들 '잰걸음'

기사등록 2022/10/09 07:00:00

이준석 가처분·추가 징계에 차기 전당대회 불투명성 해소

김기현·안철수·조경태 등 차기 당권주자간 경쟁 가시화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2.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준석 리스크' 해소로 차기 지도체제를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당권 주자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대 시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차기 당대표는 오는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할 전망이다.

당권 주자들은 선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타 후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며 세(勢) 결집에 착수했다. 당권 주자들간 유불리가 엇갈리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이 첫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누구를 '대타' 또는 '측면 지원'할 동반자로 낙점할지도 관심사다.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추가 징계로 전당대회 출마 기회를 상실했다. 차기 당대표의 성향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할 기회도 막힐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은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당권 경쟁자 안철수 의원 등 타 후보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탄탄한 당내 기반에도 대외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의원은) 민주당 전신인 정당의 대표를 하셨던 분인데, 우리 당에 (입당한 건) 아직 잉크도 채 안 마른, 몇 달 밖에 안 됐다"며 "새정치민주연합, 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민주당이 중도보수정당이었나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저급한 융단폭격에 맞서야 할 우리 당 몇몇 지도자급 인사들이 당의 위기 상황을 마치 남의 일인양 방관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 의원·유승민 전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대야 비판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연이어 '쇼츠' 영상을 올리는 등 당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름 알리기'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조경태 의원은 7일 페이스북 대문 사진을 '변화와 혁신! 준비된 당대표 소신당당 조경태'로 바꿔 달며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당내 최다선인 조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해있지 않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선임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추대설에 대해서도 '원내대표 한 번 했던 사람 또 하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윤리위의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행위 자체가 핵심 징계사유라고 하는데 '모든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27조 1항을 정면으로 부정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당대표직을 박탈당한 사람이 권리 회복을 위해 법원 판단을 구하는 자유와 권리가 핵심 징계사유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이 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방미 중 사적 발언 논란 영상에 'X팔리다' 등 비속어가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 70%가 '사과해야 한다', 6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당에 막심한 피해를 준 대통령 당원의 잘못에 대한 윤리위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의 공개 비판은 차기 당권 도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비판적인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유 전 의원 친구 아들이기도 하다.

안철수 의원은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당권 주자이자 대권 주자인 안 의원은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당으로 변화 ▲2024년 총선 압승 ▲대한민국 개혁 ▲정권 재창출 등 공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 경험으로 얻은 결론은 모든 선거는 스윙보터인 중도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 당은 강한 중도 보수 지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총선의 최전선은 수도권이다. 우리도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경험 많은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입당 새내기' 안 의원은 여당 본색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4 남북정상선언 15주년 메시지에서 한미동맹을 부인했다고 비판한 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정치적 결단 중에 가장 잘한 일은 문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 결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 재신임'과 '혁신위원회 폐지론'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등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 전 의원에 대해 "훌륭한 정치인이시지만 여러가지 과정에서 통해 당원들의 신뢰를 잃으셨다"고 직격하는 등 당권 경쟁자에 대한 견제에도 착수한 모양새다.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두고 후보들간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당권 주자간 세 대력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기반을 가진 김 의원은 연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당내 기반을 쌓아야 할 안 의원은 내년초 전당대회를 언급하고 있다. 관리자 격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첫 예산·법안을 마무리하고 다음해 2월 무렵 전당대회를 열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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