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만타 슈웨블린 "작가는 한계 깨는 작업 중요"

기사등록 2022/09/27 18:52:21

2017년·2020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오른 라틴아메리카 소설가

서울국제작가축제 내한...하성란 작가와 대담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 27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작가, 마주보다' 프로그램에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와 하성란 작가가 참여했다. 2022.09.27. shin2roo@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우리 모두 각자 자신의 문화와 환경에 국한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소설가의 작업이 아닌가 생각해요. 한계를 깨는 작업이 중요하죠."

아르헨티나의 사만타 슈웨블린(44) 작가는 자신의 창작이 "경험과 많이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오해, 곡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모순과 선입견"이 자신이 작품을 쓰는 시작이 된다고 설명했다.

27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작가들의 대담 '작가, 마주보다'에서 사만타와 한국의 소설가 하성란이 만났다. '작가, 마주보다'는 서로 다른 국가의 작가들이 대담하는 프로그램으로 23일부터 진행 중인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일환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꼽힌다. 2017년과 2020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카사데라스아메리카스상을 수상하고 2014년작 '피버 드림'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공개되기도 했다. 국내에 '리틀 아이즈'와 '피버 드림'이 지난해 출간됐다.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하성란(55)도 사만타의 말에 공감했다. 그는 "내가 경험한 두려움에서 시작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며 "내 소설 '새끼손가락'을 다시 읽어봤는데 나는 공포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해 공포를 잊기 위해 환상을 끌어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 27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작가, 마주보다' 프로그램에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와 하성란 작가가 참여했다. 2022.09.27. shin2roo@newsis.com

이날 대담에서 두 작가는 '이야기 너머 다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지난 작품들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만타는 "2014년 발표한 '피버드림'은 농약으로 인해 사고를 당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다 쓰고 독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것을 다 읽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생각했다. 책을 읽고 10년 뒤 숫자들과 사고의 책임자를 기억하진 못해도 공포스러웠던 사건 자체는 잊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피버드림'은 아르헨티나의 무분별한 농약 살포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사만타는 "시민으로서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불안감"을 느꼈다. 사만타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17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고 셜리잭슨상 중편 부문을 수상했다.

하 작가는 20년 전 쓴 단편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를 "실패작"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소외된 사람들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소설의 흥미와 갈등의 소재로밖에 쓰지 못했다"며 "지금은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 년 전에 쓴 소설이기 때문에 다시 쓰면 아주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거에요."

서로 다른 국가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두 소설가가 지향하는 것은 비슷했다. 각자 자신이 겪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사만타는 "어느 정도 소란을 피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간 아르헨티나의 농약 문제부터 첨단 기술의 위험성을 소설로 쓴 이유를 설명했고 하성란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설로 써서 좀 더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여성과 아이들이 죽고 있다"며 동감했다.

한편,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는 이번 작가축제를 계기로 한국에 첫 방문 했다. 그는 "책으로 인해 인연을 맺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 매우 기쁘고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제가 쓴 책을 이해하려는 것은 모순인 동시에 흥미로운 현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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