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직권남용 재판서 "백운규 전 장관이 과장급 공무원 질책했다" 진술

기사등록 2022/09/27 15:22:56 최종수정 2022/09/27 17:15:01

백 전 장관, 월성 원전 가동중단 절충안 보고하자 실무자 크게 질책

이후 보고서 방향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변경…대통령까지 보고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2022.06.07. photo@newsis.com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당시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월성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받는 과장급 실무자를 크게 질책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27일 오전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및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산자부 장관과 채희봉(55)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61)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및 회계사 A(51)씨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역시 백 전 장관을 포함한 모든 피고인들이 재판에 출석한 가운데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 삭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장급 산자부 공무원 A(53)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 내부 보고 시스템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글이 등록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댓글을 확인한 청와대 소속의 한 행정관이 A씨와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과장급 B(50)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산자부 차관과 장관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하라고 지시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가 백 전 장관에게 월성 원전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이 아닌 원자력안전위원회 운영 변경 허가 시까지 2~3년 더 운영하고 결정 후 가동 중단한다는 취지로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보고를 받은 백 전 장관이 B씨에게 ‘너 죽을래, 이런 보고서를 청와대에 어떻게 보고하느냐’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얘기를 추후에 들었다”라며 “B씨는 질책을 받은 후 기존에 고려했던 방향이 아닌 즉시 가동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서 검토받고 승인받았다”라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의 승인을 받은 보고서는 청와대까지 올라갔으며 문 전 대통령한테까지 보고됐다고 A씨는 설명했다.

특히 A씨는 “일선 부처의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가 대통령까지 보고돼 승인받았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변경하려면 별도의 보고 및 변경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A씨의 증인 신문을 마치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조서 등을 제시하며 증인이 직접 진술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진정성립’ 절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지난 2017년 11월 한수원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내용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이듬해인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한수원 사장이었던 정 전 사장은 손해보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 지시로 월성 원전 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를 조작,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려 한수원이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았던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는 2018년 5월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경제성을 약 17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200억원대로 낮춘 최종평가서를 한수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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