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참배객들…"국가폭력 실체 낱낱이 드러나길"

기사등록 2022/09/27 15:51:33

5·18 희생자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첫 확인

"행불자 전수조사 통해 5·18진실 다가서길"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7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광주 옛 교도소 부지에서 발굴한 유골 262기 중 유골 1기가 5·18 행방불명자 가족의 DNA와 99.9%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2022.09.27.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와 암매장지 추가 발굴이 이뤄져 국가폭력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길 바랍니다."

2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행방불명자들을 추모하는 시민 발길이 이따금 이어졌다.

5·18행방불명자 암매장지로 꼽히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1구가 행방불명자의 유전자 정보(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행방불명자 묘역을 찾은 추모객들은 묘비에 새겨진 문구를 읽은 뒤 이들의 지난 삶을 곱씹은 뒤 묵념했다.

한 추모객은 "하루빨리 이분들도 찾아야 할 텐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추모객들은 5·18행불자 광주교도소 암매장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만큼, 행불자 전수 조사와 암매장 관련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민 이모(53)씨는 "여전히 추산되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서 5·18 당시 국가폭력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32)씨도 "계엄군의 암매장 만행이 진실로 밝혀질 수 있는 큰 전환점에 섰다"며 "무고한 시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방불명자의 가족도 생사를 듣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불자 이재몽씨의 어머니 차모(83·여)씨는 "며칠 전 행방불명자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 5월 17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 근처에서 시퍼런 장갑차에 실려 갔다는 소식만 듣고 40년이 넘도록 생사 소식이 없다. 유골이라도 찾아 제자리에 묻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 무연고 묘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262구가 발견됐다. 광주교도소는 5·18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들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발굴한 유골 262구 중 유골 1구가 5·18 행방불명자 가족의 DNA와 99.9%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른 유골 2구도 5·18행불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이래 5·18행불자 신고는 448건(중복 건수 포함)에 달하지만, 5·18보상법에 따라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이는 84명에 그친다.

이 중 6명은 망월동 묘지 무명열사묘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로 이장하는 과정에 신원이 확인됐다. 5·18조사위는 조사 과정에 2명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으나 나머지 76명의 소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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