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들, 덤핑 수주로 시장 생태계 파괴 주장
납기 불가능 관측에다 경영진 배임죄 시각도
부실 함정으로 군 전력 저하 우려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해군 차세대 호위함인 울산급 3·4번함 건조사업(Batch-Ⅲ)이 후발업체 삼강엠앤티로 낙찰된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찰결과 삼강엠앤티가 방위사업청 예가(예정가) 8059억원보다 1000억원 상당 낮은 7051억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2순위인 HJ중공업은 734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가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연구소, 업체 등이 검토를 거쳐 20% 정도 낮게 책정한 사업비를 말한다.
조선업계는 이번 낙찰가의 경우 해군함 건조자체가 불가능한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감안하고 가스터빈 등 주요 제품을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종합하면 경험이 부족한 삼강엠앤티로서는 납기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적자가 뻔한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경영진의 배임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낮은 낙찰가격으로 부품 공급업체들의 가격을 후려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방산 시장을 교란시키고 해군 함정의 품질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6척이 도입될 예정인 차세대 호위함의 설계와 1번함 건조를 맡은 현대중공업과 이번 수주전의 유력 후보였던 대우조선해양은 아예 입찰을 포기했다. 낮은 예가 수준에 비해 최근 원자재가 급등으로 건조 원가가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삼강엠앤티는 2018년 자금난에 빠져 있던 STX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를 인수해 방위사업 시장에 뛰어든 중견 조선업체다. 지난 8월 31일에는 SK에코플랜트와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SK그룹 계열사가 됐다.
삼강엠앤티는 지난해 12월 2번함 건조 사업을 수주하며 논란이 됐다. 호위함은 대형 군함인데, 삼강엠앤티는 대형함정 건조 경험이 전혀 없고 생산설계에 요구되는 노하우와 전문 인력을 갖췄는지조차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강엠앤티는 당시 방사청이 요구한 분야별 소요 인원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결격’이 아닌 최저점을 받아 2번함 사업을 수주했다. 3900억원 규모 사업에 3353억원을 써내 당시에도 예가 대비 547억원, 경쟁사 대비 148억~162억원 낮은 저가로 수주를 따냈다.
대형함정 건조를 도맡아 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3·4번함 입찰을 포기하는 등 업계에서도 삼강엠앤티의 덤핑 입찰을 예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일감 부족과 수익성 하락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방산업계는 시장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고 있다. 과당 경쟁과 저가 입찰이 일반화되면 낙찰을 받더라도 업체는 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다시 하청과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납품가를 후려치는 수순을 밟는다. 수주전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은 물론 아예 영업을 중단하는 가능성도 있는 등 방위산업 전체를 뒤흔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강엠앤티는 기술과 역량 등에 문제가 없으며, 자신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안 금액은 발주처의 가격 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기준인 예가의 88%(7092억원)에 근접한 금액이며, 우리는 영업이익을 담보하는 적정한 수준을 제안한 것이다"고 강조하며 "어느 기업이 적자를 안고 사업을 추진하겠냐"고 반문했다.
삼강엠앤티의 이 같은 해명에도 저가 수주를 둘러싼 업계의 논란과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방위사업청의 최저가 입찰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입찰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을 방위사업청의 최저가 입찰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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