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침공 후 투표 수순으로 2014년 크름반도 때와 흡사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름반도를 주민투표 후에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는 선례를 남겼다"며 "그 씨앗은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탈환을 시도할 경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정당화 수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14년 2월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침공한 뒤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수립된 크름자치공화국을 통한 주민투표 결과 97%가 러시아 연방으로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주민투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 조치에 나섰지만 크름반도를 영토에 편입시킨 러시아의 합병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당시 버락 오마바 행정부와 유럽연합(EU) 주도의 대(對) 러시아 제재 첫 발동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크름반도 전역에 러시아 군을 추가 주둔시켰다. 나아가 크름공화국과의 병합 조약을 체결, 러시아 상·하원 심의까지 병합 절차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현재 주민투표 실시 계획을 밝힌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 헤르손의 상황도 8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NYT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4개 지역은 러시아의 영토 합병의 서막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점령지 행정수반들의 병합 주민투표 실시 발표까지의 과정에 주목했다. 점령지역 내 시민회의소(Civic Chamber)의 제안을 각 행정수반이 수용, 주민투표 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최종 승인을 요청하는 과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으로 점령지 일부를 내준 뒤 자국 내 강경파들로 하여금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모면하고자 주민투표 실시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은 현재 자국내 매파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크름반도식 주민투표 실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을 통해 자신을 향한 비판자들에게 해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주 루한스크·도네츠크·헤르손·자포리자 4곳에서 러시아 연방으로의 합병을 위해 실시하는 주민투표에서의 주민들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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