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팝니다"…호텔·여행업계에 '향기 마케팅' 붐

기사등록 2022/09/22 07:00:00

호텔 및 여행업계, 향기 제품 출시 잇따라

코로나19 이후 사업 다각화 일환인 듯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호텔업계에 '향기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호텔 로비나 객실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를 담은 디퓨저(방향제)나 어메니티(편의용품) 등 향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이 악화하자 객실 및 면세 사업 이외에 밀키트 및 침구류 사업에 진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향기 제품 출시도 이런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또 팬데믹 여파로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집에서도 호텔의 향기를 경험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도 호텔 향기 제품 인기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담은 '시그니엘 디퓨저'를 판매하고 있다. 이 호텔은 2019년 6월부터 자체 개발한 '위크 인 더 우드' 향의 디퓨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초 호텔 내부의 조향을 위해 개발했지만 투숙객들의 구매 문의가 줄 이으면서 디퓨저 제품으로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 디퓨저는 출시 이후 높은 인기를 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인 2021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75% 증가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2021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마니아층과 재구매 하는 고객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국내 호텔 중 향기 마케팅에 처음 나선 곳은 더플라자호텔이다. 이 호텔은 2016년 업계 최초로 플라자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디퓨저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했다.

유칼립투스 향을 기본으로 만든 디퓨저 '퍼퓸 데 브와'는 2016년 출시 이후 매년 전년비 2배 이상의 판매율을 보이며 성장, 2019년에는 일시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플라자호텔은 2021년에는 가은 향에 탈취 효과와 향균 기능을 더한 룸앤패브릭스프레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각 호텔만의 시그니처 향을 담은 디퓨저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그랜드 조선 부산과 제주에서는 그랜드 조선만의 시그니처 향인 '더 모먼트'를,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는 '어웨이큰 20'을,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에서는 '라스팅 임프레션' 디퓨저를 선보이고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은 이달부터 호텔 객실층의 시그니처 향기인 투스칸 오렌지향을 룸 스프레이로 출시했다. 이 호텔 역시 고객들로부터 호텔 곳곳에서 나는 향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면서 이번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글래드 호텔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느낄 수 있는 향을 담은 '글래드 포레스트 디퓨저'와 '글래드 포레스트 룸 스프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도 모든 객실에 제공하고 있는 인센스 스틱과 에센셜 오일, 그리고 시그니처 향기를 담은 어메니티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워커힐호텔은 '워커힐 시그니처 디퓨저'를 출시했다. 영국의 프리미엄 향료 기업 CPL 아로마스(CPL aromas)의 향료를 사용했으며, 유명 향수를 디렉팅한 50년 경력의 조향사 크리스티앙 프로 벤자노가 직접 조향을 맡았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호텔에서의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시그니처 향기를 담은 캔들, 디퓨저, 룸스프레이를 판매한다.

호텔업계뿐 아니라 여행업계에도 향기 마케팅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향기 브랜드 페일블루닷과 협업한 한정판 '런던&이비자 향기 어메니티 세트'를 최근 출시했다.

영국 런던과 스페인 이비자 여행의 설렘을 룸 스프레이와 패브릭 스프레이로 표현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향수로 개성을 표현하는 MZ세대 트렌드와 여행지에서 느꼈던 향이 여행의 설렘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특유의 호텔 향기에 대한 고객 문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품화가 되고 있는 추세"라며 "팬데믹으로 호캉스족이 늘면서 집에 돌아가서도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디퓨저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