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은둔형 외톨이, 30대가 가장 많아…10명 중 4명꼴

기사등록 2022/09/20 17:32:17 최종수정 2022/09/20 17:37:43

20일 부산 실태조사 중간보고·토론회 개최

성별은 여성 74.5%, 학력은 대졸 이상 70%

은둔 계기, 직업·대인관계·가족관계 순 차지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20일 오후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중간보고회 겸 토론회'에서 부산복재개발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2022.09.20. eastsk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부산지역 은둔형 외톨이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처음 마련됐다.

부산시와 부산복지개발원은 20일 오후 3시 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중간보고회 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개발원 박영규 원장과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 시민 등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도 함께 진행됐다.

개발원은 지난 6~8월 부산에 거주하며 3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온 당사자 597명(현재 은둔자 275명·과거 은둔경험자 322명)과 은둔자 가족 11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분석했다. 조사문항은 조사 대상자의 성별, 나이 등 기본정보와 은둔 기간, 은둔 계기 등으로 구성됐다.

부산시 조례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란 사회·경제·문화적 원인 등으로 인해 집 등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하며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말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은둔자 기준 연령대는 30대가 42.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0대 36.1%, 40대 16.3%, 50대 3.4%, 10대 1.5%, 60대 0.4% 순으로 조사됐다.

은둔자 중 성별 비율은 여성이 74.5%로 남성(25.5%)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학력의 경우 대졸 이상이 70%, 고졸 이하가 30%로 나타났다.
[부산=뉴시스] 현재은둔자·과거은둔경험자 은둔 계기 (표=부산복지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은둔 생활을 시작한 계기는 취업준비, 실직, 퇴직 등 직업 관련 어려움이 37.1%, 친구·직장동료 등 대인관계 어려움이 28.4%, 관계악화·이혼·사망 등 가족 관련 어려움이 10.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둔기간은 평균 3년 9개월(최소값 3개월·최대값 270개월)로 나타났다. 조사 항목별 은둔 기간은 1~3년 미만이 39.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6개월~1년 미만(17.1%) ▲3~6개월 미만(13.5%) ▲5~10년 미만(12.4%) ▲3~5년 미만(10.9%) ▲10년 이상(6.5%) 순으로 나왔다.

은둔 생각이 처음 들었던 시기는 ▲20~29세 이하와 ▲30~39세 이하가 각각 45.8%, 22.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처음 은둔한 시기도 각각 52.4%, 27.3%로 나타났다.
[부산=뉴시스] 은둔 생활이 처음 들었던 시기 (표=부산복지개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은둔생활 중 수면시간은 ▲4~8시간 미만(67.6%) ▲8~12시간 미만(21.8%) ▲4시간 미만(8.0%) ▲12시간 이상(2.5%) 순으로 집계됐다. 음주흡연 여부에 관한 조사 결과 ▲둘 다 안함(53.8%) ▲술만 마심(26.5%) ▲술·담배 모두 함(12.7%) ▲담배만 피운(6.9%) 순으로 이어졌다.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당초 과수면이 많을 거라 예측했는데 의외의 과소수면을 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많았다"며 "담배에 비해 술로 인한 신체·정신적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클 것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은둔생활 중 외출 정도는 ▲주로 집에서 지내지만 가끔 근처 편의점이나 병원(필요 한 일) 등에는 다녀옴(57.5%)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며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음(20.0%) ▲주로 방에서만 지내며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음(10.2%) ▲주로 집에서 지내지만 취미활동을 할 때만 외출함(5.8%) ▲직장 또는 학교로 인해 주3~4일 정도는 외출함(4.0%)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끔 외출함(2.5%)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중간보고회에서는 은둔 생활을 경험한 은둔형 외톨이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10년간 은둔 생활을 한 A(28)씨는 부모의 잦은 부부싸움과 욕설로 어린 시절 방에 혼자 있었으며, 20대부터 백수생활이 길어져 돈이 부족했고 나중에는 불안증세와 함께 귀울림(현훈), 울렁거림(오심) 등 증세가 겹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3년간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경험한 B(37)씨는 직장에서 업무와 대인관계 어려워 심신이 피폐해져 퇴사 후 1년 동안 누워만 있었으며 당시 온 몸이 과부하돼 전원이 나간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C(33·여)씨의 경우 직장 폐업과 자신이 키우던 반려묘의 사망, 남자친구와의 결별 등 악재가 겹쳐 2년여간 은둔 생활을 이어왔으며, 연축성발성장애로 인해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게 됐다고 했다.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설문조사다. 조사 결과로 인해 자칫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편견이 생길 가능성이 많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 속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 지에 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회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신라대 손지현 상담심리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부연구위원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백희정 사무국장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 이소연 사회복지사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김옥란 센터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성아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 은둔 경험이 20~30대에 최초 발생한 사례가 다수인 것을 보아 청년을 중심으로 사회 접근성을 담보하면서 중·장년을 포괄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단기간 지원 실적 성과를 바라기보다 장기적인 회복을 성과 지표로 설정할 필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희정 사무국장도 "지자체에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어떻게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은둔형 외톨이를 중요한 사회적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최종 보고서는 오는 11월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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