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이더리움 '증권'이냐 '디지털상품'이냐…美 엇갈린 규정

기사등록 2022/09/16 11:35:16 최종수정 2022/09/16 17:32:12

암호화폐 감독권 두고 증감원·선물거래위 경쟁 치열

소액 투자자 보호 중심 SEC 암호화폐 "증권" 규정

선물거래소 관장 CFTC는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

암호화폐 회사들 엄격한 SEC보다 CFTC 선호 로비

소비자 운동가들은 CFTC의 감독 경험 부족 우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나스닥이 전일 5% 이상의 급락세를 끊고 상승반전 했음에도 비트코인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이날 중 진행되는 '머지 업그레이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이더리움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2022.09.1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개리 갠슬러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 위원장이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소유자가 화폐를 맡겨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인들이 법원이 특정 자산을 증권(securities)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호위 검증(Howey test)이라는 이 검증은 투자자들이 제3자의 노력으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를 평가한다.

이에 따라 이날 업데이트 작업을 마친 제2의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미 당국에 의해 증권으로 간주될 전망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더리움의 업데이트는) 암호화폐가 투자 대중이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기반해 이익을 기대하는 호위 검증을 통과한 새로운 증거"라고 의회 청문회 뒤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특정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의미하는 증권은 1930년대 제정된 법률에 따라 SEC에 상세한 보고를 할 의무가 있다. 증권 거래를 담당하는 거래소와 중개인은 투자자들을 이해충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간주될 경우 암호화폐 발행자와 거래 플랫폼들은 SEC 또는 법원이 증권으로 간주하는 자산을 판매하는데 따른 엄격한 책임을 지게된다.

일부 암호화폐들은 거래를 검증하기 위해 소유자가 암호화폐를 플랫폼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 솔라나, 카르다노와 이번주 업데이트된 이더리움은 소유자가 맡긴 암호화폐를 일정기간 동안 인출하지 않으면 이자를 주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같은 중개인이 고객들에게 저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름만 다를 뿐 대부업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SEC는 최근 몇 년새 암호화폐 대부회사들이 SEC에 등록할 것을 여러차례 강조해왔으며 지난 2월 블록파이 렌딩사에 미신고 벌금 1억달러를 부과했다.

연방정부기관들과 관련 의회 위원회들 사이에 암호화폐 감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감독하는 미 상원 농업위원회는 15일 암호화폐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SEC를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도 동시에 겐슬러 위원장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농업 부문 지도자들이 지난 달 제시한 암호화폐 법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들 자산을 규제하는 현행 법은 없다. 새 법안은 파생상품 시장을 관장하는 CFTC에 디지털 상품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FTX 등 거래소들은 CFTC에 등록해야하며 시장 조작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감독을 받아야 한다. 또 보유한 자산에 대한 운영방식 및 이해충돌 등 일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운동가들은 CFTC가 겐슬러 위원장이 미개척지라고 표현한 시장의 소액 투자자들을 감독할 자원과 경험이 없다고 우려한다. CFTC의 직원 수는 SEC에 비해 크게 적으며 CFTC가 관장하는 시장은 개인이 아닌 헤지 펀드, 은행,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 시장을 감독하기 위해 CFTC는 향후 3년 동안 1억12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로스틴 베넘 CFTC 위원장이 밝혔다. 그는 이 재원을 암호화폐 회사들의 수수료 형태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CFTC의 현 예산은 연 3억2000만달러다.

암호화폐 업계는 SEC보다 CFTC의 감독을 받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SEC의 감독이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공개와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 비실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회사들은 연간 수백만달러의 로비 비용을 들여 의회에 로비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이번주 업데이트를 통해 저축 증명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전까지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채굴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법안에 따르면 CFTC는 암호화폐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에너지 분야 전문가 등 다른 감독 당국과 협력하도록 돼 있다.

CFTC는 또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작업 증명 방식 대신 저축 증명 방식으로 이전을 권유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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