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 발표
지난 6월 이후 '경기 둔화 우려' 진단 지속
표현 수위 높이기는 일러…"소비 회복세"
주요 악재에 글로벌 인플레·금리 인상 등
원·달러 환율 뛰고 소비자물가 5%대 상승
내수 위축에 수출 회복 둔화…"하방위험 지속"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의 '경기 둔화' 경고음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회복세가 하반기부터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고용과 대면 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기재부는 그린북 6월호에서 올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이어 4개월 연속 같은 진단을 내렸다.
대외 불안 요인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을 꼽았다. 또한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화 기조, 중국 봉쇄 조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성과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는 표현 수위를 높이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둔화가 확대됐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소비 측면에서는 회복세가 지속되는 흐름이고, 수출 회복세 약화가 병존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경기 판단에 대한 기조 자체를 크게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37.6원으로 전월보다 2.9% 올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2.5% 급등한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화 우려와 유로존 에너지 공급 차질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다는 뜻이다.
이 과장은 "지난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90억 달러를 넘었고, 1월에 비해 40~50억 달러 늘었다"며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5.7% 상승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이 수치가 6%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변동 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4% 상승했다. 체감 지표인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는 각각 6.8%, 14.9%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서 내수도 위축되는 추세다.
지난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준내구재(1.9%) 판매는 증가했지만, 내구재(-0.8%), 비내구재(-1.1%) 품목에서 부진했다.
소비심리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7월(86.0)에 이어 2개월 연속 9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를 비관적으로 본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3.4% 줄었다. 반면 백화점 매출액과 국내 카드 승인액(공과금 제외)은 각각 22.5%, 18.4% 상승했다.
이 과장은 "물가에 부동산 경기,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서 마이너스 자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 가처분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소비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제약 요인과 전반적인 소비 회복 여력이 플러스·마이너스 효과를 이루면서 어느 정도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상승세가 둔화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8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56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3억6000만 달러로 2.2% 늘었다.
특히,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5.3%), 7월(9.2%)에 이어 3개월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이전까지는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1분기(26억7000만 달러), 2분기(25억9000만 달러)에 비하면 저조하다.
이 영향으로 7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광공업(-1.3%), 건설업(-2.5%) 등이 부진했고, 서비스업(0.3%), 공공행정(4.6%) 등은 선방했다.
고용 시장은 회복세를 지속했다. 8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만7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고용률은 62.8%로 1.6%포인트(p) 상승했고 실업률은 2.1%로 0.5%p 하락했다.
증권시장을 살펴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코스피 지수는 2472.1로 전월 말 대비 0.84% 올랐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8월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29% 하락했다. 이 기간 전셋값도 0.28% 떨어졌다.
기재부는 "태풍 피해 복구 및 추석 이후 물가 안정 등 민생 안정을 위한 전방위적 대응과 함께 민간 경제 활력 제고 및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부문별 구조개혁 과제 추진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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