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자국 생명공학 리더십 제고 등을 위해 국내 제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바이오제조 혁신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이번 명령은 정부 차원의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접근법을 다룬다.

생명공학이 미국 경제 성장에 동력을 줄 새로운 서비스·상품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미국이 세계에서 기술 리더십과 경제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분야 등에 연방 정부 차원의 투자를 강화하는 게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 이니셔티브는 향후 수십 년간 미국 생명공학 리더십과 우리 경제 경쟁력을 결정할 분야에 대한 연방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이 이니셔티브가 미국을 더 번영케 하고, 우리 지구를 더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 산업은 생명공학이 추동한 혁명의 전환점에 있다"라며 향후 10년 이내에 이 분야가 제조업 분야와 결합해 30조 달러(약 4경137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살아있는 공장, 세포와 바이오매스는 의약품에서 연료와 플라스틱까지 우리 매일의 삶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라며 미국 경제와 사회 발전에 중요하리라고 언급했다.

이번 행정명령과 이니셔티브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이른바 '반도체산업육성법'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생명공학 분야에서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자국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백악관은 별도로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정명령을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며, 미국 가정을 위해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은 외국 원료와 바이오제조에 너무 많이 의존해 왔다"라며 "우리의 과거 핵심 산업에 대한 '오프쇼어링(해외 아웃소싱)'은 중요 화학 물질과 의약품 성분 등 원료에 대한 우리 접근 능력을 위협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행보는 반도체육성법과 마찬가지로 주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특히 중국 등 다른 국가가 이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행정명령에는 미국 바이오경제 보호를 위해 민간 분야 및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 협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국 산업 보호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것인데, 특히 외국 세력의 침입 등 가능성이 잠재적인 위협 내지 취약점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행정명령에는 '미국의 원칙과 가치에 부합하는' 생명공학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거론됐다. 미국은 주로 중국을 견제할 때 '원칙', '가치' 등 표현을 사용한다.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 백악관은 오는 14일 국가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회의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투자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이 계획은 미국이 기술 혁명에서 선두가 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대통령의 의제 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보스턴 존 F. 케네디 도서관·박물관을 찾아 암 사망률을 기존의 50%로 줄이는 프로젝트인 이른바 '캔서 문샷' 관련 연설을 하기도 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달 탐사선 발사 프로젝트 이름인 '문샷'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칭할 때 쓰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기술을 증진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우리는 향상된 생명공학을 이곳 미국에서 제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게 내가 오늘 미국에서 발명한 생명공학이 미국에서 제조되도록 연방정부가 보장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암 치료이건 다른 게 됐건, 오늘의 조치는 생명공학과 바이오제조에서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조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가격 인하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세계 어떤 곳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던 경험을 거론, '미국을 정의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었다며 "나는 '그래'라고 답했고, 진실하게 한 단어를 말했다. '가능성'"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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