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2009년 장담마을 사건 희생자 직권 결정
희생자 유족 지난해 돼서야 해당 결정 알고 손배 소송
국가 상대 소멸시효 유족이 알게 된 시점부터 봐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전남 고흥군 남양면 장담마을 집단 희생 사건과 관련,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만큼 희생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항소심 법원이 판단했다.
고흥 장담마을 집단 희생 사건은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진행 과정에 경찰이 죄 없는 민간인들을 총살한 국가폭력이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 부장판사)는 고흥 장담마을 집단희생 사건 희생자 박모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국가는 88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여순사건 발생 뒤 육군과 경찰은 1948년 10월부터 1949년 7월까지 반란군과 좌익혐의자를 찾아 사살했다.
이 과정인 1949년 5월 3일 고흥군 과역면 도천리 하송마을과 남양면 노송리 경계지점에서 전신주 10여 개가 절단됐다.
당시 경찰은 범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박씨를 포함한 장담마을 주민들을 끌고 가 고문했다. 경찰은 같은 달 8일부터 9일 사이 박씨 등 8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2009년 11월 박씨를 장담마을 집단 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직권 결정을 했다.
지난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박씨 아들은 "국가는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로 3억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소송을 냈다.
국가는 박씨 유족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행위일인 1949년 무렵으로부터 5년·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가 완성된 상태에서 소송을 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위가 진실규명 직권 결정을 박씨 유족에게 알릴 의무가 없던 점, 박씨 유족이 과거사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직권결정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을 개연성이 충분한 점 등을 들어 국가의 주장을 배척했다.
국가폭력 피해자가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소멸시효를 들어 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부여된 시점이 소 제기일 직전 무렵으로 봐야 하는 만큼,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공무원이었던 고흥 지역 경찰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박씨를 숨지게 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신체의 자유,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 국가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박씨와 그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와 유족이 이 사건으로 겪었을 정신적 고통, 상당기간 계속됐을 희생자 유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이 사건 불법의 중대함, 유사 사건과 형평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880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박씨가 아들을 친생자로 인지했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배청구를 기각했으나 박씨 아들은 1심 이후 유전자 감정 등을 거쳐 친생자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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