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전 소방대원 "9·11이 인생 송두리째 바꿨다"
"첫 대응자, 일반인에 비해 인지장애 비율 3배 높아"
연구 대상자 100명 중 절반 가량이 치매 증상
PTSD 겪거나 암·폐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기도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9·11 테러가 발생한지 2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은 유족들과 피해자들의 머릿 속에 남아 있다. 특히 테러 현장인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소방대원들의 희생이 컸다.
이들은 수많은 목숨을 구한 영웅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기억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겪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첫 대응자들 인지장애 비율 일반인보다 3배 높아
뉴욕 스토니북 대학이 최근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출동한 '첫 대응자(first responder)'들의 치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붕괴한 건물 주변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었다.
소방관 등 첫 대응자들은 치매 및 다른 형태의 기억상실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연구 결과 첫 대응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인지장애의 비율이 3배 높았다.
연구를 이끈 션 클라우스턴 박사는 "우리는 연구 결과에 깜짝 놀랐다. 연구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치매 증상이 나타난 첫 대응자 중에는 나이가 중년인 사람이 많다. 중년에 치매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대상자 100명 중 약 절반이 치매 증상을 보였다.
그는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세다. 세계무역센테에 대한 공격이 20년이 지난 지금 알츠하이머와는 다른 형태의 치매가 이들의 백질(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조직)과 소뇌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스턴 박사는 "치매는 이들에게 더 일찍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치매가 일찍 시작될 경우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들 독성물질 가득한 곳에서 수개월 작업
뉴욕소방국(FDNY) 전 부서장인 마이클 오코널은 9·11 테러 이후 몇 주간 그라운드 제로에 있었다며 사건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오코널은 "우리는 잔해 속에서 8, 9개월간 일했다"며 "우리는 그 속에서 잠을 자고, 그곳에서 먹고, 울고 또 피를 흘렸다. 거기에는 독성 물질이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오코널은 심각한 폐 관련 질환으로 조기 은퇴를 강요받았다. 그는 미래가 더 두렵다고 말한다.
필굿파운데이션(FealGood Foundation) 운영자인 존 필은 "첫 대응자들의 인지력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필은 9·11 당시 구조작업을 벌이다가 부상을 입었다. 그는 동료들이 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암에 걸리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무슨 요일인지 모르는 것이 더 두렵다"고 전했다.
오코널은 "퍼즐을 하고, 책을 잃고 말을 하고 그리고 대화를 하라"며 "당신이 뇌를 사용하고 있는지 늘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인지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9·11 첫 대응자들 중 상당수는 사후에 과학을 위해 기꺼이 뇌를 기증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약 10만명의 응급 구조대원들이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많은 구조대원들이 PTSD를 경험했고 일부는 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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