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초대 작가
12m 대형 신작 '작은 방주' 등 설치 조각 총 53점 전시
일상 소재·최첨단 기술 융합... 실존과 생명 순환 성찰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K-아트'의 미래 최우람이 있었다. ‘기계 생명체(anima-machine)’의 부활이다.
최우람(52)작가의 SF 영화 같은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일 개막한다. 2013년 서울관 개관 ‘현장 제작 설치 프로젝트’로 1년간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Opertus Lunula Umbra)'를 선보인 이후 약 10년 만에 돌아온 서울관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로 펼치는 이 전시는 '최우람 – 작은 방주'로 펼친다.
◆최우람 작가는 누구?
'한국의 대표적 키네틱 아티스트'로 과학자 같은 예술가다. 1993년 중앙대학교 조소과 졸업, 1999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조소전공을 졸업한 토종 한국 작가다. 1990년대 초부터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 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왔다. 섬뜩한 공포감과 기괴한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기계장치 생명체'는 심장을 지닌듯한 섬세한 움직임으로 위대함을 보여준다. 2006년 상하이 비엔날레와 2008년 리버플 비엔날레, 일본 모리미술관 뉴욕 비트폼즈 갤러리와 아시아 소사이어티 뮤지엄등 유명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1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다는 점과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계문명 속에 인간 사회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다."
'움직임과 욕망'은 '최우람 세계관'을 창조했다. 키네틱 작업을 구상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기술 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의 관점은 지난 30여 년간 사회적 맥락, 철학, 종교 등의 영역을 아우르며 인간 실존과 공생의 의미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이번 전시는 "진정한 공생을 위해 자신만의 항해를 설계하고 조금씩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진심을 담았다." '방향 상실의 시대'라는 격랑을 헤쳐 나가야하는 우리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위로를 건넨다.
특히 폐종이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의 부품 등 일상의 흔한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융합했다. 이는 삶의 조화와 균형에 대한 희망을 내포한다. 전시에는 설치 및 조각 12점, 영상 및 드로잉 37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53점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urc-1'(2014), 'urc-2'(2016), '샤크라 램프'(2013), '하나'(2020) 네 작품을 제외한 49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이다.
전시는 서울관의 서울박스, 5전시실과 복도에서 펼쳐진다. 작가가 오랜 창작 기간 동안 숙고한 질문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재난과 위기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응축된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초상’(서울박스), ‘모순된 욕망의 춤과 출구 모색’(5전시실), ‘항해의 설계’(복도)의 여정으로 전개된다.
먼저 서울박스에서는 바닥에 놓인 검은 '원탁'과 높은 층고의 천장에서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회전하고 있는 '검은 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두 점의 신작은 수직적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권력에의 의지, 경쟁 사회의 구도, 양극화된 현실과 심화된 계급주의를 비유한다.
5전시실의 입구에 위치한 '하나'는 코로나19 의료진의 방호복 소재 타이벡(Tyvek)으로 제작된 꽃으로 생과 사가 급박하게 교차하던 현장에 있던 이들 뿐 아니라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위기를 몸소 체험한 동시대인에게 바치는 헌화이자 시대를 위한 애도 의미를 담았다.
5전시실 안의 '작은 방주'는 세로 12m에 달하는 대형 설치작으로 '등대', '두 선장', '닻' 등 배 또는 항해와 관련된 여러 오브제가 함께 설치되어 ‘방주의 춤’을 다각도로 설명하고 인간의 모순된 욕망들과 출구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한다.
'작은 방주'는 검은 철제 프레임에 좌우로 35쌍의 노를 장착하고 노의 말미에 흰색을 칠한 폐종이상자가 도열해 있는 큰 배 혹은 ‘궤’의 모습이다.
‘방주의 춤’은 흰 종이 노를 몸체에 바짝 붙이고 정지했다가 서서히 노를 들어올리며 장엄한 군무를 시작하고 노의 앞뒤가 바뀌면서 출렁이는 흑백의 물결이 앰비언트 사운드와 결합하면서 항해의 기대를 고조시켜 흡사 한 편의 부조리극을 연출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울관 개관전시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그간의 발전과 변모를 보여주는 의미가 깊다”며 “코로나19와 이상기후 등 동시대의 위기 속, 방향 재설정과 같은 시의적절한 질문을 끌어내고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예술가의 역할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에이로봇, 오성테크, PNJ, 이이언, 클릭트, 하이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의 기술협력으로 완성됐다. 전시기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협업으로 작품 연계 융합 창작 전통공연도 열린다. 전시는 2023년 2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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