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
문태국 "새로운 도전…맛집 추천하는 기분"
박규희 "서로 채워주며 색다른 시너지 내"
첼리스트 문태국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오는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있는 첼로와 기타의 이색적인 만남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6일 두 사람을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났다.
이번 공연은 문태국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 제도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인 문태국의 두 번째 무대다. 아티스트가 직접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만큼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문태국은 "평소에 쉽게 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맛집을 알면 추천해주고 싶지 않나. 혼자 듣기 아까운,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고 싶었다"며 "박규희 기타리스트는 차분하게 토닥여주고 감싸 안아주는 연주가 마음에 와닿는다. 꼭 한번 같이 무대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규희도 "(제안을 받고) 영광이었다. (문태국은) 섬세하고 깊은 연주로 공감되는 게 많은 연주자인 만큼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공연날이 제 생일인데,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만큼 수락했다"고 웃었다.
공연에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를 들려준다. 문태국은 "1부는 클래식한 음악을, 2부는 현대로 넘어와 다채롭고 강렬한 색감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탱고를 좋아해 매우 흥미롭다"며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피아노와 연주가 많이 되는데, 기타와 연주하는 색다른 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격이 다른 두 현악기는 각각의 매력을 뽐내고, 동시에 어우러진다. 활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 첼로는 현악기 중 가장 중저음역이 돋보이며 따뜻한 음색을 갖고 있고, 손으로 튕겨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 기타는 다양한 주법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한다. 첼로보다 음량이 작은 기타는 마이크로 확성해 균형을 맞춘다.
박규희는 "기타는 한번 치면 그 다음은 완전히 빈 공간이 되는데, 이를 첼로가 메워준다.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귀족 문화에서 태어난 악기인 첼로와 서민 마을에서 태어난 악기인 기타와의 조합도 기대할 만하다. 시너지를 내면서 태국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음색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태국은 "본래 기타를 좋아한다. 자주 할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보니 기대가 많이 된다"며 "다른 악기들과의 협연에선 상대적으로 첼로 소리가 작아 전달력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는데, 이번엔 훨씬 더 내적 표현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태국은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제1회 야노스 스타커상 수상,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첼로 부문 4위,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박규희는 권위 있는 벨기에 프렝탕 기타 콩쿠르에서 여성 및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아홉 번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 기타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사람들이 계속 듣고 싶어하는 연주자였으면 좋겠어요. 한번 듣고 궁금증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찾게되는 거죠. 이를테면 힐링하고 싶을 때 여행하듯 박규희를 찾는 거예요. 매일 듣지 않아도 한 번씩 생각나는, 수혈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문태국도 "저 역시 열심히 올라가긴 하는데 끝이 안 보인다"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주했기에 악기와 함께하지 않는 삶이 어색하다. 여태까지 첼로 없이 비행기를 타본 건 딱 한 번인데, 복잡한 절차를 떠나 사람들의 여행 가는 설렘을 알겠더라. 하지만 그만큼 또 허전했다. 항상 곁에 있는 존재"라고 답했다.
"연주자로서 연주를 듣고 자신을 알아봐줬을 때 얻는 성취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제 연주에서 문태국보다는 그 작곡가와 곡에 초점이 맞춰지면 기쁠 것 같아요. 매개체로서 그 음악을 느끼고 들리게 해주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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