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안한 물가…'힌남노 후폭풍' 겹악재

기사등록 2022/09/06 14:15:55 최종수정 2022/09/06 14:19:43

안정세 찾아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극 우려

하반기 물가 안정세 전망에 변수로 작용할 듯

폭염·폭우에 배추 등 채소류 가격 상승세 지속

추석 수요 급증·공공요금 인상·고환율 등 악재

정부 "태풍 피해 정도 파악해 곧바로 대응 예정"

[순천=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지나간 6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면 한 배 과수원에서 태풍 피해로 떨어진 배가 모여있다. 2022.09.06. leeyj2578@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이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으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변수로 등장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작황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석을 코앞에 두고 초대형 태풍까지 몰아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탓이다.

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상황반 등을 중심으로 태풍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피해를 집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이번 태풍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물가도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7% 오르면서 3개월 만에 6%대 고공행진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떨어진데다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달의 경우 추석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가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겹치면서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 피해도 공급 측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실제로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27.9% 급등하면서 2020년 9월(31.8%)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배추(78.0%), 호박(83.2%), 오이(69.2%), 파(48.9%), 포도(22.0%) 등 가격 상승세가 두드려졌다.
[서울=뉴시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6.3%)보다는 0.6%포인트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있다.

한국전력은 오는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 10월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상승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오르게 된다.

아울러 정부는 같은 달인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보다 15.7% 상승한 바 있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7월과 같은 수준이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4%), 지역 난방비(12.5%), 상수도료(3.5%) 등이 모두 올랐다.

최근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전날 환율은 1371.4원에 마감하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물가 대응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추석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20개 품목에 대한 추가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추석 3주 전부터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평시 대비 공급 물량을 1.4배 늘렸다. 이를 통한 총공급 계획 물량은 23만4000t(톤)에 달한다. 지난 1일까지 계획 물량의 78%가량인 18만2000t이 공급됐다.

태풍에 대비한 사전·사후 조치도 마련했다. 성수품 공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품목인 배추·무·사과·배 등의 수확을 앞당기고, 축산물 등도 도축 작업 일정을 조정하는 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태풍에 따른 전반적인 피해 정도를 파악해 지원 소요 등이 발생하면 바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보다 8.4% 상승,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비주류음료와 음식서비스 부문을 계산한 값이다. 2022.09.05. livertre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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