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바람 비켜가고 방재대책 효과…전남 '역대급 피해' 면했다

기사등록 2022/09/06 15:30:21 최종수정 2022/09/06 15:37:44

루사·매미 이상 염려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 '0'

상륙 전 '강한 중형'으로 약화…'핫 타워' 비켜가

기상청 "피해 최소화는 사회적 요인 훨씬 크다"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물러난 6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교동시장에서 상인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2022.09.06.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역대급 태풍 '매미'보다 크고 강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전남에선 피해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잠정 파악되고 있다.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난 직후 강한 중형 태풍으로 약화됐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른바 '핫 타워'를 비켜갔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사전 대피 등 선제적 방재 대책 역시 효과가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에선 힌남노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택 24개 동이 침수 또는 파손되고 농경지 1124㏊에서 쓰러짐·침수·과일 떨어짐 등 피해가 났다. 하우스 시설물 600㎡도 망가졌다.

수산업에서는 완도·여수 지역 양식장 시설물이 파손됐고 목포의 한 시장 수산물이 폐사했다. 소형 선박 6척이 침수됐으며 염전 38어가 41곳도 피해를 입었다.

공공시설물인 선착장 1곳·방파제 3곳이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부서졌고, 13개 시·군 1만3237가구에서는 정전을 겪었다.

아직 피해 규모가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1시 기준 재산 피해액은 34억 4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전남도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특히 힌남노가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루사(2002년 8월 30일~9월 1일), 매미(2003년 9월 12~13일) 이상의 크기와 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던 만큼, 인적·재산상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판단이다.

태풍 루사 당시 전남에서만 9명이 숨졌고 5명이 실종, 2명이 부상을 입어 총 1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3797억 원이 발생했고, 복구에만 6606억 원이 들었다.

매미 때는 10명 사망·1명 실종·22명 부상 등 총 3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274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진도=뉴시스] 이창우 기자=김영록 전남도지사(오른쪽 두 번째)가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벼 쓰러딤(도복) 피해를 입은 진도군 고군면 지막리를 찾아 피해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2022.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피해 최소화 배경으로는 태풍의 위력 약화, 사전 방재 대책 등이 꼽히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전후 여수 주변 바다와 가장 근접할 당시 힌남노의 중심 기압은 973.6h㎩, 일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40m였다.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나면서 매우 강한 대형 태풍에서 강한 중형 태풍으로 일부 세력이 약화된 것이다. 강풍 반경은 430㎞에서 400㎞로 줄었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누적 강수량도 광양 235㎜, 완도 청산도 233.5㎜, 진도 215.7㎜, 강진 180.7㎜, 고흥 180.1㎜, 해남 162.9㎜, 여수 161.6㎜로 집중 호우 수준이었다. 초속 기준 순간 최대 풍속도 진도 수유 41.3m, 신안 가거도 37m, 여수 36.3m, 신안 흑산도 34.1m, 목포 31.7m, 진도 28m 등에 그쳤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는 "태풍이 워낙 반경이 넓어 모든 지역에 똑같은 위력을 떨칠 수 없다. 비·바람의 지역적 편차가 있었다. 상승 기류가 발달, 강한 비바람을 뿌리는 이른바 '핫 타워'는 3%에 불과하며, 이를 비켜간 지역은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상청 재해기상대응팀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태풍의 강도·영향 범위 등은 과거 피해가 컸던 루사 또는 매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로도 비슷하다. 제주 해상을 거치면서 일부 약화됐다고 해도, 강풍 반경·순간 최대 풍속 면에서 태풍이 충분히 시설물에 피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태풍이 예상보다 다소 빨리 지나면서 만조와 겹치는 시간이 길어 저지대 침수 우려는 더 높았다"며 "기상학적으로는 태풍이 크게 약화된 것이 아닌 만큼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방재 대책 등 사회적 요인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남도 역시 태풍 접근에 앞서 대대적인 주민 대피를 유도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한 방재 업무 협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봤다.

도는 전날 태풍 피해 우려가 있는 22개 시군(307곳) 주민 7542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토록 했다. 산사태 위험 219곳 7035명과 저지대 침수 우려 81곳 453명, 급경사지 7곳 54명이 미리 피신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일시 대피 주민은 모두 이날 오전 귀가했다.

김영록 도지사는 "휴일도 반납한 채 공무원과 경찰·군부대·교육청·한국전력·KT 등 유관기관이 함께 선제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피해조사와 신속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물러난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수정동 한 상가에서 소방 당국이 떨어진 간판을 제거하고 있다. 2022.09.06.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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