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본관 철거냐, 존치냐…시의회서 여야 '격돌'

기사등록 2022/09/06 11:32:41 최종수정 2022/09/06 17:27:03

민주당, 국힘 이범석 시장 철거론 비판

국힘 홍성각 의원, 철거론에 힘 실어줘

이 시장 "문화재 가치 없다" 입장 고수

[청주=뉴시스] 이범석 청주시장(왼쪽)과 김영근 청주시의원이 6일 시정질문에서 시청 본관동 철거 문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2022.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충북 청주시 시청사 본관 철거 논쟁이 여야 갈등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청주시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이범석 시장의 철거론에 힘을 실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재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존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선 7~8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시청사 본관동 철거 문제가 '당 대 당' 대결 구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범석 시장은 철거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 시장은 6일 열린 청주시의회 72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 출석, '본관동이 역사성이나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는 국민의힘 홍성각 의원의 시정질문에 "보전할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본관동은 (청주의 옛 지명 중 하나인) 주성(舟城)의 배 모양, 옥탑은 돛대를 형상화하고 난간은 전통적 목구조를 콘크리트로 표현했다는 의견이 있다"며 "그러나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한 설계자가 일본의 근대 건축가에게 영향을 받아 옥탑은 후지산, 로비 천장은 욱일기를 형상화하고 일본 전통 양식의 난간을 표현하는 등 일본식 건축양식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4층 증축과 여러 차례 구조 변경을 거쳤고, 현재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는 등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신청사 부지 중간에 위치한 본관동을 철거해 지하주차장 확대, 공간 활용성 제고, 설계 제약 해소 등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부연했다.

이 질문을 던진 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례회에서도 "본관동 내부는 전기·수도·전화·컴퓨터 케이블 공사에 이어 최근에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스마트 사무실 공사까지 하는 등 누더기 상태에 이르렀다"며 "1965년 겉모습만 간직한 껍데기에 불과한 시청 본관을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발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한심하다"고 철거론을 펼친 바 있다.

[청주=뉴시스]청주시청 본관동.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더불어민주당은 이 시장의 철거론에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한재학 의원은 이날 5분 자유발언에서 "청주시청사는 2014년 청주·청원 통합 당시부터 논의돼 수년간 시민의견 수렴과 민·관 거버넌스를 거쳐 현 부지에 시청사 건립 및 기존 청사 존립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후 시청사 건립을 위한 국제공모에서 설계안까지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약 80억원의 세금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정책 결정에는 효율성과 경제성보다 신뢰와 연속, 소통과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만약 시청사 문제를 전면 재검토한다면 그 이유와 소요된 비용에 대한 설명, 소통과 대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근 의원도 시정질문을 통해 "왜색 건물 운운은 청주시민에 대한 모독이자 자부심을 짓밟는 것"이라며 "후지산을 형상화한 모양과 본관 옥탑이 비슷하다고 해서 왜색을 덧칠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이 시장을 겨냥했다.

또 "본관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이냐"며 "등록문화재 신청 후 근현대 문화재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아 철거나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이 시장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봐도 본관 옥탑은 배의 돛대가 아닌 후지산에 가깝다"며 "설계자가 배의 돛대와 방향키를 시청 본관에 형상화했다는 기록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2014년 문화재청이 시청 본관을 포함한 전국 15곳에 대해 등록문화재 권고를 했는데, 그중 3곳은 철거됐고 2곳은 철거 예정에 있다"며 "당시 문화재청이 잘못된 조사를 통해 무리한 지정 요구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끝으로 "시청 본관동은 보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므로 등록문화재 신청은 하지 않겠다"며 "문화재청이 재차 등록문화재로 판단할 것으로 보이지 않거니와 (만약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부당한 중앙 정부의 요구까지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청주=뉴시스] 1976년 충북 청주시청 모습. 미국인 선교사 스티븐씨가 청주시에 기증한 사진이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3가의 시청 본관은 1965년 연면적 2001.9㎡ 규모의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됐다.

1961년 국회의사당 건설위원으로 참여한 강명구 건축사가 설계했다.

2014년 옛 청원군과 행정구역을 통합한 청주시는 기존 청사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하기로 결정했고, 2017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시청 본관을 근대문화유산 지정 대상으로 응모하면서 본관 존치론에 불씨를 댕겼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한범덕 시장 재임 당시 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는 "비대칭 구조, 외부 난간, 1층 로비 곡선 나선형 등을 볼 때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문화재청 측의 견해를 토대로 만장일치 존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진행된 시청사 정밀안전진단에서 본관동은 위험 수준인 'D등급'을 받았다. 원형 존치를 위한 4층 철거와 리모델링 등 개·수선 비용은 33억8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취임한 이범석 시장은 본관 존치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본관 철거를 비롯한 신청사 설계 재검토에 나선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기존 시청사와 청주병원 일대 2만8459㎡ 터에 전체면적 4만6456㎡ 규모로 건립하려던 계획은 민선 8기 시청사 건립 TF팀의 재검토를 거쳐 새롭게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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