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생물무기금지협약 위반 회의 소집…이번주 제네바서 진행

기사등록 2022/09/05 10:25:20 최종수정 2022/09/05 10:45:41

5일 러시아가 의혹 제기…이후 美 등이 반박할 듯

러 "미, 우크라 실험실에서 비밀 생물 무기" 주장

서방, 우크라전쟁 정당화하기 위한 '음모론' 일축

미·우크라·유엔, 3~5월 안보리서 의혹 거듭 반박

"BWC 조사·집행기관 없어…러 선전도구화 분석"

[AP/뉴시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원숭이두창 전자현미경 사진.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러시아가 미국을 겨냥해 소집을 요청한 생물무기금지협약(BWC) 회의가 이번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4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회의는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 달 5일~7일과 9일 계속된다.

5일엔 러시아가 미국의 협약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발표를 하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및 기타 국가가 주 후반 이를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BWC에 검증 및 집행 조항은 없어 공식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생물무기협약은 생물무기의 개발, 생산, 획득, 이전, 비축, 사용을 금지하는 군축 협약이다. 1975년 발효된 최초 다자간 군축 조약이며 18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에겐 이 협약 위반 의혹에 대해 공식 청문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번 회의 소집은 협약 발효 이래 두 번째 발동된 것이다. 쿠바가 미국이 자국 농작물에 삽주벌레(식물 해충)를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회의를 요청한 지난 1997년 이래 25년 만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비밀리에 생화학 무기를 만들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생물학연구소에서 고위험군 병원성 생물 물질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관련 기관 및 인물을 지목하기도 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이 곳에서 발병했고, 지난 4월엔 미국이 나이지리아 4개 연구소를 지원해 원숭이 두창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조사를 위해 구성한 러시아 의회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리나 야로바야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은 "군사용 생물 무기의 판도라의 상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의 '음모론'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지난 5월엔 옛소련 연방 해체 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에 남았던 핵과 생화학 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평화적' 목적의 '관리' 차원에서 일부 예산을 배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 사용 명분을 삼기 위한 러시아의 '거짓 깃발 작전'(위장술)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됐던 지난 3월 11일과 18일, 5월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엔 등은 러시아의 주장을 거듭 일축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3월 "안보리가 상임이사국 중 한 곳에 의해 선전 플랫폼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BWC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등 다른 군축 협정과는 달리 협약 위반을 조사하거나 집행하는 기관이 없다.

이번 주 회의 역시 실체를 확인하기 보다는 러시아가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영미권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회의 기간 동안 주장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서방 당국자나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면서 "러시아는 비밀 무기 연구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아직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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