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범 운영…"학교 과목개설 부담 완화"
다니는 학교에 없는 시간제 수업 신청해서 듣고
학적·졸업은 재학 중인 원래 소속 고교에서 진행
정규 수업 빠지고 원하는 선택과목 수강도 가능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원격…대면 혼합형도 운영
시험·수행평가 보고 학생부 기록…대입 활용 가능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내년부터 인천·대구·광주·경남 지역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학교가 생긴다. 정규수업이나 방과 후 시간에 다니는 학교에 없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온라인학교 수업은 시험과 수행평가도 실시되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록돼 대학입시에도 쓰일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학점제의 취지인 '과목 선택권'을 보완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에서 온라인학교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만큼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시간제 수업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학교' 4개교를 시범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이 학교는 시간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며, 공간과 정규 교사가 있지만 소속한 학생은 없는 형태로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공립 각종학교'다. 각종학교는 현행법에 근거해 '정규 학교와 유사한 학교'를 말한다.
온라인학교는 신입생을 받거나 졸업 시키지 않는다. 학력을 인정하는 별도의 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교들의 운영을 도와주는 개념이다. 온라인학교 수업을 듣는 고교생은 원래 다니는 학교에서 다니며 졸업한다.
고등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이 있음에도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이를 개설하지 않아 이수가 어려운 경우, 온라인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학교장 승인을 받으면 정규 수업을 듣는 대신 온라인학교에 있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고,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학교 차원에서 온라인학교에 특정 과목 개설을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행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선택과목 이수를 희망하는 학생이 있는 경우 과목을 개설한 다른 학교에서 이를 듣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별도의 각종학교를 당국이 신설하는 셈이다.
온라인학교의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쌍방향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필요하다면 온라인학교를 찾아가는 대면 수업이 열릴 수도 있다.
평가도 현행 공동교육과정에 준해 운영된다. 수업을 진행한 온라인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시험과 수행평가 등을 진행한다. 지필시험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대면으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성적은 대학입시 전형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도 적힌다. 시험 성적과 성취도(3단계 또는 5단계)가 표시된다. 단, 1~9등급 석차등급은 산출하지 않는다. 학생부에 '공동교육과정'임이 함께 표시된다.
교육부는 온라인학교 시범 운영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도교육청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광주, 인천, 경남 그리고 대구 4개 지역을 선정했다. 이달 중으로 온라인학교 설립에 쓰도록 총 60억원(1곳당 15억원)을 지원한다. 예산을 받는 시·도교육청도 공간 구축과 교육과정 운영 등을 위한 자체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4개 교육청 관할 지역에서 고교를 다니는 학생들부터 온라인학교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학교 시설은 폐교나 남는 교육부지를 쓰며, 교장·교감과 정규 전임교사가 배치된다. 신기술 분야 수업을 열 수 있도록 강사 등도 적극 활용한다.
온라인학교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춰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수업과 평가 기준이 된 공동교육과정 역시 '과목 선택권 보장'이라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운영되려면 모든 학생이 어느 지역에 살든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일선 고교에서 소수 학생만 듣거나 첨단산업 분야를 가르치는 과목을 다 개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또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 역시 다양한 과목을 충분히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고교학점제는 내년부터 학생이 듣는 수업의 단위가 '학점'으로 바뀌는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 도입이 예고돼 있다. 현재 중1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학점이수, 성취평가제 등 학점제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온라인학교 수업은 대입 전형자료로도 활용되는 만큼 학생들의 선호 여부가 이후 중요해질 전망이다. 질 낮은 수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학생들이 기피하거나 학점 채우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평가 공정성 논란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온라인학교에서 주로 고1 학생들이 듣는 국어·수학·영어 등 공통과목의 개설이 허용돼 있다. 정규 수업에서 공통과목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돼도 선택과목과 달리 상대평가, 석차 1~9등급 산출이 이뤄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통의 학교들이 공통과목은 대부분 개설한다"며 "다른 학교에서 못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온라인학교 특성상 공통과목을 여는 경우는 극히 드물겠지만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온라인학교를 시범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운영 모델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관련된 지침 정비에도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는 "온라인학교는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개별 고등학교의 과목 개설 부담을 완화하여 고교학점제를 안착하게 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며 "온라인학교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연차적으로 확대 구축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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