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활동 억지…미, 전세계 확대 검토
걸프해에서 이란의 선박 나포 시도 저지
내년 여름까지 정찰드론 100대 배치 예정
中함정 움직임 등 그간 몰랐던 활동도 추적
"무인기술혁명 본격화"…무장화는 논란 전망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30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해군 함정이 걸프해에서 미군의 드론 선박을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미 전함과 헬리콥터가 출동해 포기한 일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이 사건의 뒷얘기라며 미 해군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및 기타 중동국가들과 함께 이란의 군사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드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가 이 방식을 전세계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납치하려던 드론 선박은 카메라와 레이더 및 각종 센서들이 장착돼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 지역에 배치된 드론 선박과 무인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밝히지 않지만 이들을 이용해 이 지역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건 인정한다.
미 해군은 내년 여름까지 여러 나라가 참여해 정찰 드론 100대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이란 해안까지 모든 지역에서 수집하는 정보를 바레인의 제5함대사령부 지휘센터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드론 함대 구축 태스크포스 팀장인 마이클 브랫서 대위는 "무인기술혁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작된 지 6개월에 접어든 드론 계획은 미국, 이스라엘 및 걸프국가들이 참여한 에이브라함협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이 협력해 지역 방공망을 구축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로봇작전센터에 있는 미 해군 요원들과 민간 계약자들이 드론 진전 과정을 점검 중이다. 드론이 위험 요인으로 판단되는 "흑색 표적"을 식별하면 붉은 신호등이 울린다. 해상에서 최대 6개월 동안 활동할 수 있는 드론 선박은 해상도 높은 영상과 기타 데이터들을 송신하고 분석가들이 이를 분석한다.
브래드 쿠퍼 해군 중장은 드론 함대가 이 지역을 통과하는 중국 해군 함점의 활동을 추적하고 의심쩍은 선박 대 선박 거래를 파악해 정체를 식별하는 등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에는 전혀 몰랐던 활동들을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이들 드론은 비무장 상태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해군이 머지않아 드론을 무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문제는 심각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미 의회는 대형 무인함정을 건조하려는 해군의 계획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미 해군은 아직 소형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드론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방어하고 그들이 전송하는 정보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미 해군의 드론 작전은 이란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다. 이란은 공중 드론을 탑재한 함정과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으며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중동 순방 때 이란의 압돌라힘 무사비 장군이 "적이 실수한다면 드론으로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미국은 이란이 지난해 이스라엘의 민간 유조선을 드론으로 공격해 선원 2명을 살해했다고 비난했었다. 이란은 자신들이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7월 이란군이 "국제 무역, 에너지 공급, 세계 경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홍해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 스파이함정을 타격했었다. 함정이 파괴되자 이란은 새로운 함정을 보냈다.
지난 29일 중부 페르시아만에서 정찰 중이던 드론 선박을 이란 해군이 나포하려 시도했을 당시 미군이 미군 자산임을 경고했었다. 그러자 이란 해군이 예인줄을 끊고 현장을 떠났었다.
31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사건 설명이 "터무니없다"면서 이란 해군이 드론 선박이 "안전하지 않게 항해하는 걸" 막기 위해 장악했고 미 해군에 "불법 행위"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풀어줬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초 홍해지역을 담당하는 새로운 부대를 창설했다. 또 이스라엘은 2020년 바레인과 에이브라함 협정을 체결한데 따라 처음으로 바레인 미 제5함대 사령부에 군사 자문관을 파견했다.
미 해군은 시속 145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정 형태의 드론 등 각종 드론 선박을 시험하고 있다. 프레데터 드론과 같은 공중드론과 6개월동안 해상에서 활동할 수 있는 드론 선박도 시험 중이다.
드론 시험은 이들 드론이 제재 대상 화물의 압류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신미안보센터 국방프로그램 책임자 스테이시 페티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란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그들이 끝까지 추적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면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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