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과정서 이정학, 차량 및 권총 절취만 주장…"쏜 사람은 이승만"
발전된 유전자 증폭 기술로 손수건 등에서 DNA 검출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서 발견된 동일 남성 DNA가 수사 실마리
수사 7553일 만에 피의자 2명 검거…수사 기록은 15만장에 달해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21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2명에 대한 신상이 공개됐다.
대전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30일 오후 3시 공식 브리핑에서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승만(52)씨와 이정학(51)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이뤄진 신상정보공개위원회 결과 범행의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충분한 증거가 있으며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 이들의 이름·나이·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21년 전인 2001년 12월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 권총으로 협박, 현금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은행 출납 과장이었던 A(45)씨에게 총알 4발을 발사,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사용한 차량은 같은 날 오후 6시께 범행 현장에서 약 300m 떨어진 서구 둔산동 소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앞서 이들은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전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충격해 의식을 잃게 한 뒤 권총을 강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행 약 20일 전 수원 영통구 영통동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를 절취, 범행에 이용했다.
이정학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권총과 차량을 훔쳤을 뿐 실제로 총을 쏜 사람은 이승만씨며 범행 후 권총을 바다에 버렸다는 내용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정학씨의 진술을 토대로 훔친 돈 중 이승만씨가 2억 1000만원을 챙겼으며 나머지를 이정학씨가 가져갔으며 이후 사적인 문제로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범행 당시 두 사람 모두 일정한 직업이 없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은행 주변에서 날치기 범행을 하다가 현금수송차량을 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당시 충남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해 목격자와 전과자 등 5321명, 차량 9276대, 통신 자료 18만 2378건, 탐문 2만 9269개소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2년 8월 제보를 받아 용의자 3명을 검거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는 주장 등을 이유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결국 용의자 3명은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으며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대전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은 2011년 12월부터 해당 사건을 인수해 수사를 이어왔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손수건과 마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신원 미상인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
경찰은 2017년 10월 해당 유전자가 2015년 당시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의 답변을 국과수로부터 받았고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출입자 총 1만 5000여명에 대한 DNA 대조를 실시했다.
끈질긴 수사 끝에 지난 3월 경찰은 이정학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으며 이번 달 중순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25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이정학씨를 검거했다.
이후 이정학씨로부터 이승만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전에서 이승만씨를 검거했다.
피의자들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7553일 만에 검거됐고 이 과정에서 나온 경찰의 수사기록만 약 15만쪽에 달한다.
검거 2일 뒤인 지난 27일 대전지법 최광진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신문 및 프로파일링, 현장 검증,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확인했다”며 “금융거래 내역 확인과 디지털포렌식,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 혐의를 보다 명백히 입증하기 위한 집중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 사건과는 관연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과거 2001년에 용의자가 2명으로 특정됐고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비춰봐도 2명일 가능성이 높지만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의 발전과 중요미제 전담사건팀 설치, 범인 검거를 포기하지 않는 형사의 집념 3박자가 서로 조화를 이뤄 이번 사건 피의자 검거가 가능했다”며 “검찰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권총의 행방과 여죄 등을 파악하고 피의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지난해 6월 남자 아동·청소년만 골라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징역 12년이 확정된 최찬욱씨 이후 두 번째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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