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정비 위해 국제규범·기준 준수 건전한 개발금융 촉진"
기시다 "불공정·불투명한 개발금융에 대한 대응 시급"…中 견제
28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열린 제8차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일본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튀니스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NHK에 따르면 '튀니스 선언'에서는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는 민간의 투자가 불가결하며 일본과 아프리카 사이의 기술이전 및 인재육성을 강화하고 청년 및 여성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중국의 아프리카 거액 융자를 염두에 두고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건전한 개발 금융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모든 채권자에게 공정하고 열린 대출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선언문에 명시됐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총리는 폐회식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불공정, 불투명한 개발 금융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인하고 지속가능한 아프리카를 실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현지에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했다.
일본은 이번 선언문에 아프리카의 인프라 정비를 위해 국제규범과 기준을 준수하는 건전한 개발 금융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상대국의 변제 능력을 넘는 과잉 융자로 빚더미에 앉히는 '채무의 덫'으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중국에 대항하는 목적이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선언문에는 '사람으로의 투자'를 중시하는 일본의 자세도 강조했다. 인재육성을 통해서 각국이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주권과 영토의 일체성을 존중할 것도 선언문에 명기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아프리카의 식량위기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식량안보 강화 방안으로 일본이 아프리카 농작물의 생산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방안도 선언문에 담았다.
기시다 총리는 28일 회의에서 보건·의료 분야 지원으로 총 3만5000명의 의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표명했다. 900만명에게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포함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방침도 제시했다. 각국에서 법의 지배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행정 분야의 제도 구축을 뒷받침할 생각도 설명했다.
TICAD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개최국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많은 과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며 "한편 아프리카는 지금도 폭력과 빈곤, 테러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두 가지 위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일본과 협력을 심화하면서 자유무역 추진에 필수적인 통신환경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ICAD8에는 48개국이 참여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정상급 참여는 20개국에 그쳤다. 정상급의 참석은 2019년 요코하마에서의 지난 회의는 42개국이었다. 차기 회의는 2025년 일본에서 개최된다.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중국이 압도적인 자금력을 통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양보다 질 좋은 '일본다운 어프로치(기시다 후미오 총리)'로 각국을 끌어들이려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형식으로 회의에 참여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상급 참여는 이전보다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진 않았다는 인상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TICAD를 다른 나라보다 앞선 1993년부터 시작한 아프리카 개발에 관해선 '전통'이 있는, 한때 세계 최대의 아프리카 원조국이었지만, 중국이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을 시작하면서 이제 일본의 역할은 중국의 그늘에 숨어 있다는 실정이라고 외신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자금력이 떨어지는 일본은 아프리카 개도국에 대한 '지원의 질'을 앞세워 반격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구상 정책인 '일대일로'를 내걸고 세계 각국에 자금을 '투하'하고 있지만, 개도국을 빚더미에 앉히는 '채무의 덫'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리랑카가 7월 파산 선언에 몰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의 차별화를 위해 TICAD8 회의에서 "일본은 아프리카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라고 어필하면서 채무건전화를 위한 최대 10억달러의 특별융자규모 창설을 약속했다. 3년간 30만명의 인재를 육성하겠다고도 표명한 것도 중국의 지원이 인재육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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