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美쳤다'·'死을 맛'·'골 때리는…여행 예능, 외국어·통신언어 심각

기사등록 2022/08/27 06:25:00 최종수정 2022/08/27 11:53:10
【순창=뉴시스】윤난슬 기자 = 전북 순창군은 채널 A 대표 프로그램인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서 오는 25일 오후 11시에 '순창군편'이 방영된다고 23일 밝혔다.2019.04.23.(사진=순창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방송사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나타나는 비표준어 등 부정확한 표현, 불필요한 외국어, 신조어, 통신언어 등 소통을 저해하는 표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다시 활발하게 제작·방송 중인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언어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지난달 13~17일 방송된 MBC TV '도포자락 휘날리며', SBS TV '골 때리는 외박',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4‘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도포자락 휘날리며'는 출연자들이 덴마크를 여행하면서 한국 전통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골 때리는 외박'은 축구 예능 프로그램 SBS TV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파생된 방송으로 출연자들이 외박으로 국내를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도시어부4'는 출연자들이 낚시하며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도시어부'는 시즌1이 시작된 2018년부터 2012년까지 신조어, 축약어, 출처 불명의 표현 등을 과도하게 사용해 방심위로부터 올바른 언어 사용을 수차례 '권고' 받은 바 있다. 방송언어특위도 2020년 2월 '도시어부'가 심각한 방송언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언어특위는 이번 조사에서 이들 프로그램에 나오는 표현 중 ▲비속하거나 과격한 표현,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편견이나 차별 표현 포함) 등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 ▲제작진의 의도적인 표기 오류나 부정확한 표현(비표준어 포함), 띄어쓰기 오류 등 '어문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외국어 표현이나 신조어 통신언어 유행어, 부적절하거나 부자연스러운 표현 등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 등으로 나눠 조사했다.
[서울=뉴시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2022.08.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방송언어특위가 공개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 이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에 해당하는 표현들은 총 714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부정확한 표현이 173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외국어 표현과 신조어 통신 언어 유행어가 각각 160건과 143건으로 많이 나왔다.

부정확한 표현의 예로 피곤한 몸을 편히 뉘일 자 누구인가(도포자락 휘날리며), 이르면 일름보(도시어부4), 급 어색 급 숙연(골 때리는 외박), 니들도 쫌 잡아, 어차피 니들도 못 잡아, 너네가 못 잡고 의문의 가시방석, 지들이 선장이랑 약속 잡아놓고, (도시어부4) 등이 지적됐다.

'뉘일'은 '누일' 또는 '뉠', '일름보'는 고자질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방언이다. 제작자는 표준어와 방언을 구별해 방송에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표준어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숙연', '어색'은 용어의 어근만 따로 떼어 써 어법에 어긋난 표기인데 접두사로 쓰인 '급-'을 붙여 쓰지 않고 띄어 쓰는 오류도 있다.

'급'은 뒷말을 꾸미면서 매우 급한, 매우 심한, ‘갑작스러운’, 갑자기 등의 뜻으로 썼는데 단음절 단어 ‘급’에는 사전적으로 그런 뜻이 없다. '급'’은 단어가 아닌 접두사 '급-'의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에 뒷말과 붙여 써야 한다.

비표준어 인칭 대명사가 나온 사례로, '니들'은 '너희들', '너네'는 '너희', '지들'은 '자기들'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 출연자가 상대방을 비표준어 인칭 대명사로 지칭했다 하더라도 자막에는 표준어로 표기해야 한다.
[서울=뉴시스] '도포자락 휘날리며' 티저 포스터. 2022.06.21.(사진=와이트리 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램별로 살펴보면 '도포자락 휘날리며'의 경우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이 나온 건수가 다른 조사 대상 프로그램들보다 적었다.

반면 60분당 건수로 비교해 볼 때 '지나치거나 불필요한 외국어’가 가장 많이 나와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됐다.

특히 '美쳤다', '死을 맛', '레전드('ㅈ'을 'J'로 대체 표기)' 등 제작진의 의도적인 표기 오류로 볼 수 있는 '한글의 자모자 혹은 일부 음절을 로마자나 한자, 이미지로 표기한 자막'이 다수 조사되기도 했다.

방심위 언어특위는 "이런 자막 표현은 한글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해외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인 점을 고려해 방송에서 바른 언어 표현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골때리는 외박' 메인 포스터 . 2022.04.28. (사진 = SBS 제공 )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골 때리는 외박'은 일부 개그맨 출연자가 과격하거나 저속한 말을 쓰고, 출연자의 별명이나 발화를 통해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도 일부 발견됐다.

방심위 언어특위는 "프로그램 제목은 고유명사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긴 하였지만, 속어인 '골 때리다'를 연상하게 하는 '골 때리는 외박'은 제목으로 쓰기 부적절해 보인다"며 "'골 때리는 외박'은 '골(goal)+때리-+-는+외박'으로 형태소가 분석되는 제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시어부4'에 대해 방심위 언어특위는 "조사 목적에서 예상한 대로 문제 되는 언어 건수가 가장 많이 나온 데다가 몇몇 언어 사례는 방송 제재가 필요해 보일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연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 발화자의 비속하거나 과격한 표현, 제작진의 의도적인 표기 오류 등이 다수 나타나 전체적으로 방송의 품위가 떨어져 보였다"며 "더 큰 문제는 '도시어부4'가 2년 전 조사한 결과와 별반 달라진 바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언어특위는 그 요인으로 심의제재를 들었다. "그동안 방송언어와 관련된 '도시어부'의 방송심의·제재가 '법정 제재'가 아닌 바른 언어 사용 '권고'로만 그쳤다는 점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언어 개선이 되지 않는 요인 중의 하나"로 판단했다.

이어 "예능 방송제작진과 출연진은 방송의 품위를 높여 주는 표현, 어법에 맞는 표현 바르고 정확한 표현을 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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