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또 '현장 행보'…총수 경영, 시동 거나

기사등록 2022/08/26 18:08:00 최종수정 2022/08/26 18:14:59

국내 사업장 돌며 현안 챙기고, 소통 리더십 가동

보폭 넓히는 중…현장 방문 주기, 닷새→이틀 단축

경영 복귀 임박…이재용 표 '신경영' 메시지 주목

[서울=뉴시스]이 부회장은 26일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를 방문했다.이 부회장은 이날 VD 사업부 경영진과 회의를 갖고 TV·서비스 사업 현황 및 미래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어 MZ세대 직원들과 직접 만나 차기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 이후 대외 행보가 잦아지며, 공식적인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해 관심이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복권이 되더라도 당분간 현장 행보를 자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오히려 현장 행보의 속도를 높이며 경영 복귀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뉴 삼성'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 행사 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러고 닷새 만인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했다.

이어 이틀 만인 이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경영진과 회의하고 TV·서비스 사업 현황 및 미래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또 VD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고, DX부문 MZ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어 다른 사업장도 순차적으로 방문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을 계획 중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와 '취업제한'에 묶여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한 제약이 있었다. 그러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며 '경영 족쇄'가 풀렸다. 그러고 연일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업 현안 점검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경영 복귀가 머지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간 재계를 중심으로는 삼성그룹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부회장이 고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2014년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며 기업을 이끌어왔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이젠 제대로 된 직함과 함께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참여가 시작되면, 그동안 총수로서 구상해온 '뉴 삼성' 비전의 실행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2022.06.07. 20hwan@newsis.com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표 '신경영' 선언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고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7일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 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아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금언도 이때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은 29년 뒤인 지난 6월7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올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강제화에 따른 성능 제한 논란, 드럼세탁기 도어의 외부유리 파손사고 등이 잇달아 발생하며 품질 경영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경영 복귀와 함께 '뉴 삼성'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신경영 메시지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으로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 부친이 회장직에 올랐던 12월1일 등이 거론된다.

회장 승진을 고려하면 사장단 인사가 있는 연말이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직에 오른 뒤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경영 복귀 시 미래전략실(미전실)을 대체할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할지도 주목된다. 삼성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구심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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