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사위 '현안' 줄다리기…결산 심사 못하고 파행(종합)

기사등록 2022/08/24 17:40:46

與 "결산 관련 질의해야…그동안 그렇게 운영"

"22일 하기로 합의, 그때 밤 새서라도 했어야"

野 "과거 국힘도 현안 관련 질의 상당히 많아"

"코미디 같은 진행 말아야, 왜 사전검열 받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여야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현안 질의 여부를 두고 회의 시작부터 충돌했다. 양당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끝내 결산 심사는 마무리되지 못하고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심사와 무관한 '꼼수' 질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과거 국민의힘 행태를 지적하는 동시에 현안 질의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법무부가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 과정 관련) 헌법 소송 대리인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한 장관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제가 소위원회에서 토론한 내용을 (질의)하실 분을 신청하시라고 했다"고 말을 자르자, 김 의원은 "시간 좀 멈춰달라. 법무부 관련 소송에 있어 외부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사례, 액수, 건수 그걸 확인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의원이 "그 기준이 뭔가. 권한쟁의 심판 소송 관련해선 강 전 재판관이시다, 근데 이제 혹시 헌재 재판관 출신이니까"라고 발언을 이어가자, 김 위원장은 "2021년 회계연도 결산 관련 토론하는 시간"이라고 재차 저지에 나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결산 의결과 관련된 것으로 지금 질의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법사위가 그렇게 운영이 돼왔다"며 "법무부의 소송 대리와 관련해선 지금 여기 목차를 보더라도 아무것도 해당 사항이 없다. 이러한 현안 질의, 꼼수 질의를 지양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보탰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결산 심사 소위원회에서 현안 질의를 한다면 사실은 절차상 필요한 질의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질의로 반복되면서 결국 정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윤호중 의원 (법사위원원장 당시에도) 예산 결산 시에는 예산 결산만 했지, 결산 질의하면서 현안 질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위원들의 질의권은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나 사안이 없다고 한다면 이걸(현안 질의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반기에도 현안 질의를 못 하게 했다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현안에 대한 여러 가지 사안을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셨던 적이 상당히 많다"고 맞받았다.

기동민 법사위 야당 간사도 "위원장이 여당 위원 (발언을) 블로킹하시는 것을 보면, 오늘 회의에서 현안 토론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인 것 같다"며 "과거에 잘못됐다고 판단해서 '너희들 사과하라'고 하면 (저희가) 사과할 용의가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하면 계속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의겸 의원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 관련 질문을 하다 제지된 이후 "위원장께서 원칙과 기준을 말씀하시면서 질의에 어떤 사전검열성 발언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기 간사께서 지난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제가) '블로킹한다', '보호한다'고 하시는데 심히 유감스럽다. 저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회의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회의를 이어가려 했으나, 야당 측 불만은 계속 제기됐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국회법사위 위원들이 24일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열린 제399회 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국회 법사위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회의에서 퇴장해 야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4. photo@newsis.com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식의 회의 운영이 어디 있나", "장관급 다섯 분을 모셔놓고 현안에 대한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정하고 올바른 회의 진행이냐", "코미디 같은 회의 진행 하지 말라"고 거칠게 항의했고, 결국 김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양당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기 간사를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속개된 회의에 불참했고, 결산 심사를 마치지 못한 채 산회됐다.

기 간사는 "김승원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자마자 (위원장께서) 바로 막았다. 김의겸 의원 질의도 마찬가지"라며 "왜 개인 국회의원 질의가 위원장으로부터 검열, 통제받아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당연히 현안과 결산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주고 받을 수 있는 문답인 거다. 그걸 봉쇄하고 결산 관련 내용에 국한되지 않으면 일체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은 위원장께서 공식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며 "여당 잘못은 전혀 없고 '민주당이 땡깡 부리고 있다', '결산 심사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단정적으로 말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결산안 상정하는 그날 회의에서 현안 질의하는 것으로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하지 않았나. 현안 질의가 많았으면 (그때) 밤을 새서라도 했어야 한다"며 "사전검열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되받았다.

아울러 "오늘 예정된 결산안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왔다"며 "정부 측에 면목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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