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관련 인재 24만명 부족"…정부 추계
"사회 전 영역에 영향"…예상 수요보다 늘려
수도권대, 총량규제 범위 내에서 증원 허용
지방대 정원 미충원, 이공계 쏠림 심화될듯
文정부, 파급력 최소화…결손인원·여석 활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22일 내놓은 국정과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이행방안에는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도 포함돼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대학 정원과 관련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증원 규제가 풀린 상태에서 종전보다 더 많은 인재 양성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차이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는 수험생들의 이공계 학과 쏠림 현상과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의 위기 심화라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던 만큼 과속 추진 비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하고 국무회의에 보고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8개 디지털 분야에서 73만8000명의 인재가 필요하다.
이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진행한 실태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인재양성을 지원한 사업 수혜인원(9만9000명)에 기초해 계산하면 올해부터 5년 동안 24만3000명이 부족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 단계에서는 5년 동안 12만8000명이 필요한데 현재 배출 규모가 유지된다면 8만5000명(연간 1만7000명)으로 4만3000명이 부족하게 된다.
여기에 정부는 향후 디지털 분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 창출이 예고돼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 추계보다 더 많은 100만명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한 근거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과는 달리 이번에는 고졸부터 대학원까지 세부 배출 정원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허나 당시 발표한 정원 관련 규제 완화책을 적용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들도 교원확보율 100%를 충족하고 첨단분야 교육과정이나 실험실습 기자재가 적정하게 갖춰지면 수도권 총량규제인 8000명 범위 내에서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확보율은 대학이 교원을 학생 수 대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교육부는 앞서 이를 100% 충족해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대학이 지난해 기준으로 수도권 24개교, 지방 42개교라 밝힌 바 있다.
앞서 교육부는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2027년까지 관련 학과 정원 5700명을 증원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대학 학부생 단계만 2000명이다. 이를 위한 수요조사에서는 수도권 대학이 1877명 중 1266명(67.4%)을 증원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지방대는 수도권 대학 정원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늘어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수도권 쏠림에 신입생을 못 채우고 있어 비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어나 봐야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전체 정원에서 4만586명이 미달됐다. 지방대에 3만458명(75%), 전문대에 2만4190명(59.6%)이 각각 집중됐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도 2020년 4월 디지털 분야를 포함한 미래 첨단인재 인재양성 확대를 위해 대학 정원을 조정, 4761명을 더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총 정원증가 없이 결손인원(2150명), 편입학 여석(2252명)을 활용했던 만큼 결이 다르다. 당시 실제 '순증' 인원은 비수도권 국립대 359명에 그쳤다.
대규모 국고 예산 확보가 가능할지도 변수다. 이번 디지털 인재양성 방안에는 전임 정부에서 마련한 인재양성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재정당국과 국회 예산 심의 결과가 1차 관문이다.
한 예로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의 지원 분야를 현재 8개에서 2026년 21개 분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과제로, 지난해 816억원이 투입돼 46개교를 지원했다.
이에 교육부 한 간부는 "반도체 학과의 경우 고가장비, 특수한 전문 역량을 갖고 있는 교수 수요에 따라 수도권-지방대 학과 운영 차이가 크다"면서 "디지털 8대 분야에 해당하는 학과는 전국에 분포돼 있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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